가계자금 증시 대거이동 '머니무브'
업계 신상품 출시 등 발빠른 대응
올 영업익 1조 증권사 탄생 전망
소비자 보호·리스크 관리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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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자본시장은 기념비적인 한 해를 맞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연초부터 전세계를 덮치면서 금융시장도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전례 없는 위기는 새로운 변화의 단초가 됐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증시를 외면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오고, 2030세대들도 새로 투자 대열에 들어서는 등 ‘동학개미’가 증시의 주도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자산을 늘리기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주식거래, 국내외의 다양한 투자 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가계 자금이 증시로 대거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시작된 것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이 같은 한국 자본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며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한편, 이익 구조를 더욱 안정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동학·서학개미의 폭발적 주식 거래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증권업종 순이익(연결기준)은 올해 1·4분기 3,229억원이었으나 2·4분기 1조2,223억원, 3·4분기 1조4,581억원으로 급증했다. 3·4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3조 33억원으로 지난 한 해 순이익 3조 784억원과 맞먹는다. 4·4분기에도 주식거래 활황세가 이어지고 있어 연간 기준으로 보면 증권업의 이익 수준이 한 단계 뛰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증권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으며 강력한 리테일 비즈니스 기반을 갖춘 키움증권도 눈부신 이익 약진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증권업계 화두는 투자은행(IB)업무였다. 해외 부동산 등 대체자산 투자로 큰 폭의 이익성장세를 거두며 ‘천수답 이익구조’에서 벗어난 점은 긍정적이지만 오히려 이익이 편중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국내와 해외 주식거래 서비스 등 개인 고객을 위한 리테일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좀더 균형잡힌 수익구조를 갖춰나가는 모양새다.
자산운용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개인들이 직접투자에 몰리고 각종 사모펀드 사고로 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공·사모펀드의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공모펀드에서 15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이중 액티브주식형 펀드에서 약 4조5,000억원, 인덱스펀드에서 10조5,000억원이 유출됐다.
그러나 운용업계 역시 변화하는 투자 선호와 자산 시장 여건에 맞춰 신상품을 출시하며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양한 투자처와 스타일을 갖춘 상장지수펀드(ETF)는 운용사들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ETF 하루 거래대금은 3조 7,452억원으로 코스피시장 전체 거래비중에서 34.5%를 차지할 정도다. 그 만큼 즉시성, 편의성 높은 투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운용사들은 해외 투자와 ‘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등 최근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책임투자(ESG)와 관련한 펀드, 은퇴에 대비한 타깃데이트펀드(TDF) 등도 강화해 왔다. 공모펀드 환매의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의 변화 노력을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금융투자회사들의 소비자보호 정책과 리스크 관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올해 3월 코로나19가 불러온 전례 없는 급락장에서 주가지수연계증권(ELS)의 헤지운용 문제가 발생하면서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또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건으로 야기된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투자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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