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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간 추미애·윤석열 갈등…무엇이 급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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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간 추미애·윤석열 갈등…무엇이 급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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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유보…모든 열차 정상 운행
尹 법사위 출석, 與에 막혀 불발… 檢 내부 집단반발 움직임
징계위 구성 전적으로 尹에 불리
秋법무, 尹 해임 의결 밀어붙일 듯

尹, 출근 안 하고 법적 대응 준비
집행정지 수용 땐 총장 수행 가능

檢 내부 “부당한 징계 좌시 안 돼
秋, 나쁜 선례 남겼다” 비난 폭주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정지 첫날인 25일 출근하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이 즉각 효력을 발생해서다. 윤 총장은 직무정지 명령이 떨어지자 “곧 돌아오니 흔들리지 말라”며 대검을 떠났고,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려다 여당의 반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날 변호인 선임 등 향후 법적 대응 준비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총장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검사징계위원회가 이르면 다음주 중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원 구성이 전적으로 추 장관의 뜻에 달린 만큼 윤 총장은 해임 등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 장관, 징계위 주도… 중징계 가능성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늦어도 다음주 중 징계위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에서 무혐의가 나오지 않으면 윤 총장은 해임이나 면직·정직·감봉·견책 중 하나의 징계를 받게 된다. 만약 감봉 이상의 징계가 의결될 경우 추 장관은 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된다.

징계위 구성은 윤 총장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우선 징계위원장은 추 장관이 맡는다. 검사징계법을 보면 징계위원은 추 장관을 제외하고 모두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고기영 법무부 차관을 뺀 5명을 모두 추 장관이 위촉하도록 명시돼 있다. 조건은 변호사나 법학교수, 또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다. 윤 총장을 비판해왔던 변호사 등이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한 해임을 의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회는 징계위에서 법무부장관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외부추천 위원을 추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조항은 내년 1월2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윤 총장의 징계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추 장관은 징계위에 앞서 윤 총장의 출석을 명령할 수 있고 징계위원들은 필요한 사항에 대한 심문을 진행할 수 있다. 의결 과정에서 추 장관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윤 총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전부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회의실에 들어가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회의실에 들어가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소송전 예고… 가처분 인용 땐 秋 타격

윤 총장이 징계처분에 불복할 경우 취소 및 무효소송을 낼 수 있다.

윤 총장은 본안 소송에서 패소하기 전까지 검찰총장직 유지가 가능해진다. 직무정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즉각 총장 업무에 복귀도 가능하다. 추 장관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윤 총장은 행정소송을 조력할 변호사 선임 작업 중이며 이미 윤 총장을 돕겠다고 나선 선후배 변호사들이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이 직무정지 후 집무실을 나가며 “곧 돌아오니 흔들리지 말고 역할을 다 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소송에서의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판사출신 변호사를 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판사들을 법정에 세웠던 만큼 윤 총장을 바라보는 사법부의 시각이 곱지 않다”며 “이런 점 등을 감안해서 신중하게 변호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총장은 정치적 성향이 짙지 않고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건”이라며 “정치적인 오해를 받거나, 혹시 모를 로펌에 대한 피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공보업무에 있어 더 이상 대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대검 대변인실은 “윤 총장은 직무가 정지된 상태기 때문에 대검 차원에서 직접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없다”며 “윤 총장 개인 변호사가 선임 될 경우 직접 연락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명령이 내려진 후 첫날인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쓰인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명령이 내려진 후 첫날인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쓰인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전격 직무배제에 뒷말 무성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통상의 절차를 생략한 채 급하게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정지한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전지검의 원전 수사를 기점으로 여권이 완전히 돌아섰고 청와대마저 법무부에 힘을 실어주는 기류로 전환되면서 추 장관이 즉각 실행에 옮겼다는 분석도 있다.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거부해 적극적인 수사를 펼쳤다고 생각하는 여권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거취 압박이 가해지자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펼쳤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에 이어 현 정부의 원전 정책에도 타격을 받을 경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각인될 가능성이 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추 장관이 법무부 특수활동비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준비위원회 등에 유용한 혐의를 포착당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글이 떠돌기도 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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