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 로브레도 부통령, 두테르테 대통령의 막말에 반격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오른쪽)과 로브레도 부통령 |
24일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17일 TV로 방영된 대국민 연설에서 로브레도 부통령을 겨냥해 막말을 쏟아낸 것이 이번 갈등의 발단이 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시 "부통령에게 주의를 주고 싶다. 그는 사실상 거짓말로 큰 실수를 했다"면서 "나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이달 초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고니'에 대한 제1차 고위급 브리핑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돌았던 '대통령은 어디 있나'는 해시태그가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 12일에도 확산한 것을 의식한 것이다.
이 해시태그가 로브레도 부통령에게서 비롯됐다고 여긴 두테르테 대통령은 "태풍 '고니'가 상륙하기 며칠 전에 이미 정부 자원이 배치됐다"면서 "태풍이 오는 날 명령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그것이 당신이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특히 여성인 로브레도 부통령을 향해 "당신은 밤에 몇 시에 집에 가냐"면서 "한 집에만 가나, 아니면 두 집?"이라고 물었다.
이어 "어느 집에 더 오래 머무르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로브레도 부통령은 대통령의 부재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졸지에 막말을 들은 로브레도 부통령은 "대통령이 여성혐오주의자이면 대화가 이런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또 23일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무시당하는 다른 여성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고 또 그럴 필요가 있다"면서 두테르테 행정부에서 여성을 위한 정치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인 로브레도 부통령은 '마약과의 유혈 전쟁' 등을 놓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선출하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이 상반될 수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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