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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르' 중동여인 한국렌즈에 꽂히다

매일경제 장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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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르' 중동여인 한국렌즈에 꽂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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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태 베스콘 전무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베스콘>

김지태 베스콘 전무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베스콘>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은 이른바 글로벌 빅4(아큐브, 바슈롬, 시바비젼, 쿠퍼비젼) 천하다. 시장 점유율이 87%에 이른다.

실제로 안경원에서 렌즈 구입을 문의하면 빅4사 제품이 아닌 것을 내놓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국산 콘택트렌즈가 있긴 한거야?"라는 의문을 갖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콘택트렌즈 관련 기업은 50여 개에 달한다. 다만 마케팅 비용에서 다국적 기업과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시장보다는 B2B가 많은 수출 위주 사업을 한다.

1961년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콘택트렌즈를 만들어온 베스콘(대표 이규만)도 마찬가지다. 작년 매출 193억원 중 90%를 수출로 이뤄냈다. 중동 지방에선 빅4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중동 여성들은 차도르를 쓰고 눈만 내놓고 있잖아요. 그럼 오히려 '눈만은 제대로 꾸미지 않겠느냐'는 역발상으로 진출했죠. 현지 연예인을 섭외해 홍보도 하고 꽤나 오랜 기간 공들인 덕분입니다." 이 회사 김지태 전무 설명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베스콘은 '클리안'이란 소프트렌즈 브랜드로 국내에서도 알아주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다국적 기업이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때 지속적인 노사 분규에 발목이 잡혔다. 1999년 80억원이던 매출이 2004년 50억원까지 줄었다.

노사 갈등으로 결국 회사는 창업투자회사에 매각되기에 이르렀다.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노사관계 전문가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이규만 대표와 김지태 전무가 2004년 '해결사'로 출동했다.

1년6개월 만에 노사문제를 정리하고 나자 이번엔 자금경색이라는 실질적 위기가 다가왔다. 2년 가까이 월급이 반 토막 나는 등 혹한기를 보냈다. 2008년이 돼서야 기적적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해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었다.


어려운 터널을 빠져나온 베스콘의 성장동력이 돼준 것은 컬러렌즈 '뚜띠'다. 중동에선 화려한 제품이 잘 팔리고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에선 자연스러운 느낌의 렌즈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컬러렌즈는 간혹 색소 유출로 인한 안질환 유발이 문제시되는데 '뚜띠'는 색소에 양면코팅을 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 세계에서 단 두 회사 제품만이 이렇게 완벽한 양면코팅이 돼 있다"고 말한 김 전무는 "우리 제품은 코팅 두께가 10마이크론(마이크론은 1㎜의 1000분의 1)으로 타사보다 더 얇아 착용감까지 치면 제일"이라고 자랑했다.

베스콘은 2015년까지 글로벌 빅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도 지난해의 두 배에 가까운 400억원으로 잡았다. 과도한 자신감 아니냐는 질문에 김 전무는 실리콘-하이드로겔 렌즈 '뉴젠 시원'을 보여줬다. 높을수록 좋은 산소투과 정도를 나타내는 '산소투과계수'(DK값) 기준으로 기존 해마 소재 소프트렌즈는 이 값이 20 미만에 그친다. 하드렌즈는 최대 70 정도다. 실리콘 렌즈는 DK값이 60에서 100에 이르면서도 착용감은 기존 소프트렌즈와 비슷해 서구권 시장에선 '차세대 렌즈'로 불리며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베스콘이 2006년 실리콘 렌즈를 개발한 지 7년 만이다. 그동안 개선 작업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 판매에 나선다. 이미 3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광학전시회인 미도전시회에서 바이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돌아왔다.

김 전무는 "회사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품질로는 제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조만간 빅4도 아직 만들지 못한 실리콘 소재 컬러 렌즈로 세계 시장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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