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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文, 바이든 취임전 강제징용 승부수…'일본통' 강창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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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표 부임 1년 6개월만에 전격 교체

아그레망 나오기 전 내정 발표도 이례적

강제징용 해결 의지 강한 일본통 4선 정치인

강 내정자 "입장차 크지만 대화 통해 잘 해결"

중앙일보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5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 전 의원은 23일 신임 주일대사로 내정됐다. 당시 인터뷰에서 강 전 의원은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과 관련,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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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신임 주일본 대사로 강창일(68·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전격 내정한 건 2021년 7월 도쿄올림픽에 앞서 한·일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의 연쇄 방일을 통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에게 도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협력을 제의한 데 이어 일본통 정치인으로 주일대사를 전격 교체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 전후 한·일관계 정상화를 매듭짓고 7월 도쿄올림픽에서 남·북·미·일 4개국 정상외교를 펼치는 가교로 삼기 위한 선제 포석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 5년 차 대북 성과를 내겠다는 승부수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강 전 의원의 주일대사 내정 발표는 주재국의 아그레망(임명 동의)을 받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이뤄졌다. 대사급 인사는 통상 3~4개월 전 내정하고 아그레망을 받은 뒤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수순을 밟아왔다. 그러나 이번 강 내정자는 아그레망을 받기도 전에 청와대에서 이를 발표한 것이다.

남관표 현 주일대사가 부임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다. 남 대사는 2019년 5월 부임 후 최악이었던 한·일 관계를 비교적 정교하게 조율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주일 한국대사관도 이번 교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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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5월 한일의원연맹 오찬 간담회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행사 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혜영 고문, 혼다 히라나오 상임간사, 강창일 회장, 카와무라 타케오 간사장, 타케모토 나오카츠 경제과학위원장, 카사이 아키라 법적지위 부위원장, 정동영 고문, 미즈시마 코이치 총괄공사.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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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교 소식통은 "강 전 의원의 주일대사 내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톱다운 정상외교를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의 대북 접근법을 갖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한·일관계를 선제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의견 일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박지원 국정원장의 판단도 같았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구상은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이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것을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재현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개최국 일본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정부는 이런 이유로 지난해 7월 일본의 반도체소재 수출규제 때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로 과거사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한목소리를 내야 바이든 당선인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지난 13일 스가 총리에게 도쿄올림픽 협력 구상이란 이름으로 이 같은 제안을 이미 전달했다. 일본 고위 외교당국자도 "김 위원장이 오케이한다면"이란 전제 아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명의로 공식 초청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일 삼각 동맹의 중요성이 연일 강조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 취임 때 서신을 통해 밝힌 것처럼 동북아 평화를 위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두 나라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조만간 스가 총리가 거듭 요구해온 강제징용 문제의 '진전된 대안'을 갖고 방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면 과제는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첫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한·일 양국의 코로나 확산으로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힘들 수 있지만, 내년 1~2월 개최를 놓고 계속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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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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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정부 구상은 대략 문 대통령이 신임하는 강창일 대사 내정 → 강제징용 문제 해법 모색 → 한·일 정상회담 개최(2021년 1~2월) → 한·일, 바이든 대통령 및 김정은 국무위원장 설득 → 도쿄올림픽 계기 북·미 및 북·일 정상회담 개최(2021년 7월) 수순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구상이 최종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강제 징용 관련 해법을 찾는 것도, '톱다운' 방식의 대북 협상에 거부감이 강한 바이든 새 행정부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일각에선 강 대사 내정자가 야당 의원이긴 했지만,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박근혜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 점도 우려하고 있다.

강 내정자는 일본 동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일본통'이다. 20대 국회에선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지난해 한·일 관계가 파국을 맞자, 한국·일본 기업의 기금과 부족분을 한국 정부가 보충하는 방식인 '1+1+α'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 내정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한·일관계가 어려울 때 임명돼서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문 대통령에게 직접 따로 들은 말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양국 및 양국 국민에 도움이 된다"며 "강제징용 문제는 서로 입장차가 커서 쉽진 않겠지만 대화하고, 지혜를 짜면 다 잘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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