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다. 주식이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누군가는 삶의 여유를 뺏긴다. 충분한 준비 없이 달려든 이들은 본인과 가정의 파탄으로 이어진다. 동학개미의 해 원년인 2020년을 한 달 남겨두고 주식투자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봤다.
[동학개미 원년의 그림자⓷]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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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의 일 중독은 괜찮고 주식 투자자의 투자 중독은 안되나요?" (김모씨, 38세)
#이직을 준비 중인 김모씨(38)는 코로나19(COVID-19)로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식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용돈이라도 벌어보자'는 심정이었지만 생각보다 깊이 빠져들었다.
오늘 산 종목이 올라가는지, 묶인 종목은 언제 풀릴지 등 궁금증이 일다보니 자꾸만 호가창을 보게 됐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때조차 30분에 한번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 접속해야 마음이 놓였다.
#직장인 박모씨(33)는 근무시간에도 5분에 한번은 MTS에 접속한다. 매수·매도 시점에는 탕비실로 가서 30분동안 보고 있기도 한다. 박씨의 투자금액은 약 1억원이다. 좋은 성과가 이어진다면 전업투자자로 전향할 생각도 있다.
투자 중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박씨는 "주식투자 여부와 관계없이 그냥 일에 집중을 못하거나 성과를 못 내는 사람도 많지 않냐"며 "경험상 주식투자를 잘하는 사람들이 본업에서도 인정받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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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투자자예탁금…주식 인구 '폭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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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운동 흐름 속 주식 투자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될 만큼 주식에 빠져든 투자자까지 생기고 있다. 그러나 역량을 벗어난 무리한 투자와 과몰입은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일과 주식을 병행하는 '슬기로운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5조136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 자금으로 여겨진다. 올해 초 30조원에 불과하던 투자자예탁금은 2배 넘게 늘며 지난 8월 사상 처음 60조원을 돌파했다.
주식이 얼마나 활발히 거래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회전율도 예년 대비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시장 누적 회전율(1월1일~11월 19일)은 173.61%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87.51%) 연간 누적 회전율을 훌쩍 넘어섰다. 코스닥시장의 회전율 또한 824.04%로, 지난해(450.94%)의 두 배 가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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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 삼킨 일상…5분마다 MTS 보고, 새벽에 PB한테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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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일상생활까지 바꿔놓았다. '공모주 뭐가 좋다더라', '테슬라는 언제 팔아야 하냐' 등의 이야기는 이미 직장·학교의 단골 화젯거리가 됐다.
문제는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주식에 빠진 투자자들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근무시간·수업시간에 MTS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새벽에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주식 관련 문의를 한다.
이동진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 PB(프라이빗뱅커)는 "근무시간인 장중에 통화를 하거나 눈여겨보던 해외주식을 원하던 가격에 매수했다고 새벽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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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직장인 개미의 조언 "화장실·출퇴근에만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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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인의 한계를 넘어선 무리한 투자는 위험이 크다. 주식 투자를 위해 빌린 돈을 의미하는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18일 기준 17조3742억원을 기록하며 한 달여만에 17조원대를 다시 넘어섰다.
주식이 지닌 중독적인 특성도 우려 요소다. 5~10분에 한번은 MTS를 확인한다는 직장인 한모씨(23)는 "내가 고른 종목이 오를 때 느끼는 희열이 다른 취미나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인류학과 김수현씨는 '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라는 논문에서 "개인 전업투자자가 금융시장의 속성과 불리한 위치를 성찰하고 간파함에도 불구하고 매매를 그만두지 못한 채 오히려 개인의 전략과 원칙에 의거하여 이를 극복하려고 시도하는 행태는 중독성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본업과 주식의 병행을 위해서는 일과 주식을 분리하는 '슬기로운 투자생활'이 필요하다.
20년차 직장인으로 주식 관련 서적을 2차례나 낸 박민수씨는 "주식투자는 결국 불안감과의 싸움"이라며 "기업 분석 없이 끊임없이 시세판을 보다보면 오히려 불안감만 더 커진다"고 조언했다.
박씨는 "직장에선 화장실에 갈 때만 시세판을 보고, 대신 출퇴근시간에 틈틈이 뉴스를 보며 종목을 분석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리스크가 낮고 저평가돼있는 우량주를 골라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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