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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김종인 위원장의 ‘대선주자 인큐베이팅’ 잘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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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52

유승민·원희룡·오세훈, 선호도 조사 결과 부진

‘보살핌 받는 미숙아’로 비치는 역설에 갇힌 듯

김종인과 갈등 관계 윤석열·안철수·홍준표는 강세

대통령 권력의 절대성…유권자는 강한 사람 선호


한겨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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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정치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다음의 다섯 가지 질문에 답변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국민의힘에서 김종인 위원장 말고 비상대책위원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둘째, 국민의힘에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는 누구일까요?

셋째, 국민의힘에서 가장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는 누구일까요?

넷째, 국민의힘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는 누구일까요?

다섯째,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왜 이렇게 낮은 것일까요?

답변하기가 쉽지 않은 질문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섯 개의 질문에 아마도 이렇게 답변할 것 같습니다.



첫째, 잘 모른다. 다른 비상대책위원들도 있을텐데 누군지 잘 모르겠다. 언론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만 나온다.

둘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

셋째, 서병수 전 부산시장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

넷째, 윤석열! 아, 국민의힘이 아니네? 안철수! 아, 국민의힘이 아니네? 홍준표! 아, 무소속이네? 그럼 누구지? 잘 모르겠다.

다섯째, 글쎄 참 이상한 일이다. 도저히 모르겠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이 어려운 질문에 특별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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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의원은 산전수전 다 겪은 5선의 중진입니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을 선출하게 되면 누구보다도 유력한 인물입니다.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제1야당이 너무나 무기력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원성이 자자합니다.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 지경입니다. 정부 여당이 잘해서 그렇다면 모르겠습니다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분노가 폭발 직전임에도 제1야당은 더 욕을 먹습니다. (중략)

독재의 길로 치닫는 문재인 정부! 이를 바라만 보고 있는 무기력한 야당!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민생은 파탄 나서 국민들만 고통과 신음 속 절망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저들의 독주와 민생파탄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저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생을 신경 쓰는 집단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와 폭정을 어떻게 막아 세울 것인지 우리 당의 노선을 전면 재조정해야 합니다.

저들이 그렇게 내세웠던 코로나 방역도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대여 투쟁을 전면화하기에 쉽지 않은 상황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손을 놓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국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들도 우리를 버릴 것입니다. 어떻게 대여 투쟁을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의지와 지혜를 다시 모아야 할 시점입니다.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우리의 투쟁 의지를 다시 세우고, 지혜를 모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야당의 모습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런가요? 화가 나고 답답해하는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처방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장제원 의원도 ‘한 정치’ 하는 사람입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거의 유일한 당내 인사이기도 합니다. 최근 <주간조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전국 지지율로 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현재 답보상태다. 당 지지율이 좀처럼 20% 후반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야당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빠진 이유를 유력한 대선주자의 부재 현상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장 의원은 “대선주자를 보고 지지하는 분들이 생기기 때문에 주자가 없어서 현재 당 지지율이 안 오르는 측면은 실제로 있다고 본다”며 “비대위원장께서 마이크를 나누고 무대를 만들고 해야 하는데 오로지 당이 한목소리이니 대선주자가 생길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무대에 올라갈 사람들은 후보들인데, 판을 깔고 흥행을 시켜야 할 연출자인 김 위원장이 오히려 화장을 하고 무대 중앙에 올라가 있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꽤 재미있는 분석입니다. 장제원 의원만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부 기자들이 보기에도 국민의힘에서는 김종인 위원장만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11월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서울시장 예비후보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그 장면을 지켜본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종인과 꼬마들로 비친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들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만만치 않은 무게를 가진 중견 정치인들이지만, 김종인 위원장의 나이 및 경륜과는 워낙 격차가 컸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울지역 중진 정치인들이 지난 11월 2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위해 각각 입장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 위원장, 나경원, 김성태, 김용태, 이혜훈, 박진, 권영세, 오세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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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전·현직 대통령들이나 여야의 유력한 대선주자들에 대해 유난히 평가가 야박한 편입니다. 그가 가진 나이와 경륜으로 보기에는 전·현직 대통령들이나 여야의 유력한 대선주자들도 ‘하수’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사람을 키우려고 하지 않고 ‘자기 장사’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자꾸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슬그머니 당내 대선주자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10월8일 마포포럼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권에 관심이 있는 당내 분들이 차례차례 나타날 것이다. 여기 모임에 원희룡이라든지, 유승민, 오세훈이 대권에 대한 포부를 말할 것이다. 대권군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자기 나름대로 무엇을 갖고 대권 후보를 한다는 발표를 하면 대권 후보가 되는 것이다.”



당내 대선주자로 원희룡, 유승민, 오세훈 세 사람을 꼽은 것입니다. 대선주자로서 지지도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고 묻자 “지금 나오는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다. 과거 선거를 경험해봐도 초기에 지지율 높은 사람이 대권 후보가 되는 거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습니다.

안철수 대표에 대한 질문에는 “나한테 자꾸 우리 당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을 물어보지 말라”고 짜증을 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11월15일 <연합뉴스>와 통화하며 세 사람을 다시 거론했습니다. 정확히는 “우리 당내에서 대통령에 출마하려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느 정도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지금 세 사람밖에 없다.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이다”라고 콕 집어서 말했습니다.

다음 날인 11월16일에는 유승민 전 의원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이렇게 축사를 했습니다.



“유승민 대표의 사무소 개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최근 가장 심각한 부동산 문제로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한국 경제의 진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경제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 심각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지나간 다음에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이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의 상태로 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 문제가 국민 삶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선거철마다 가장 심각하게 논의되는 게 경제 문제다. 코로나 이후 4차 산업 전환기를 맞아서 이걸 우리가 어떻게 슬기롭게 끌어갈 것인가,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전문가인 유승민 대표께서 시작부터 국민이 가장 뼈아프게 느끼는 실질적인 경제 문제를 오늘 토론함으로써 좋은 안이 도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쪼록 개소식을 계기로 유승민 대표가 지향하는 바를 꼭 성취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기원해드리겠다. 여러분도 많은 성원을 해주고 유승민 대표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기 바란다.”



김종인 위원장 특유의 화끈한 어법으로 유승민 전 의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셈입니다.

영어에 인큐베이트(incubate)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을) 품다”, “(세균 등을) 배양하다”라는 뜻입니다. ‘벤처 인큐베이팅’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기술 개발이나 마케팅 따위에서는 성공이 불확실한 벤처 회사가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으로 지원하는 일”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지금 유승민·원희룡·오세훈 세 사람에 대해 하는 것은 일종의 ‘대선주자 인큐베이팅’인 셈입니다.

잘 될까요?

한국갤럽이 한 달에 한 번씩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합니다. 11월 둘째 주 조사 결과는 이낙연 19%, 이재명 19%, 윤석열 11%, 안철수 3%, 홍준표 1%였습니다. 자유 응답 방식으로 1% 이상 지지를 받은 사람은 모두 5명뿐이었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한겨레

10월 둘째 주 조사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처음으로 1%를 얻어 이름을 올렸는데, 11월에는 다시 빠졌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인큐베이팅’하는 당내 대선주자 세 사람은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입니다.

반대로 김종인 위원장이 대선주자로 인정하지 않는 세 사람은 야권 후보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야당 정치인이 아니다. 정부 여당 사람이다”라고 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봤는데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홍준표 의원에 대해서는 “시효가 끝났다”고 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키워주려는 사람들은 순위 밖으로 밀려나고, 김종인 위원장과 갈등 관계인 사람들은 차기 대선주자로 이름으로 올렸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대한민국 대통령이 가진 권력의 ‘절대성’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유권자들은 대체로 ‘강한 사람’을 대통령감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이 대체로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영어로 ’거츠’(guts)가 있어야 대통령이나 유력한 대선주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역대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해외에서 오랫동안 독립운동을 하고 정부 수립을 주도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민주 정부를 군사 쿠데타로 뒤집어엎은 독재자입니다. “잘살아 보세”를 외치며 장기 집권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했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그런 박정희 전두환 독재와 맞서 싸워 민주주의를 쟁취한 사람들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낡은 정치 청산”을 외치며 기존 정치 질서를 뒤집어엎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욕망을 자극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2.0’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혁명을 통해 새로 태어난 정치인입니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은 도전자였습니다. 기존 질서를 두들겨 부순 파괴자였습니다. 새로운 질서를 세운 창조자였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대통령들을 줄줄이 체험한 우리 유권자들이 인큐베이터에 들어 앉아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 것처럼 비치는 정치인을 대통령감으로 생각할까요?

절대 아닐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김종인 위원장의 ‘대선주자 인큐베이팅’이 역설적으로 유승민, 원희룡, 오세훈 세 사람을 보살핌이 필요한 미숙아로 비치게 하는 역설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사실은 김종인 위원장도 대통령 권력의 이런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10월8일 마포포럼 강연에서 그는 “대선 후보는 누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커야 한다. 자기가 부단히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종인 위원장도 더는 세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세 사람을 진정으로 도와주는 길입니다.

어쨌든 문제는 김종인 위원장이 아니라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세 대선주자에게 있다고 봐야 합니다. 용감한 자가 행운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영어에도 ‘Fortune favors the brave’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 사람의 분발과 도전과 파괴의 리더십을 기대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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