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 우토로 '강제징용 산증인' 강경남 할머니 별세…향년 95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강경남 할머니(가운데)와 서경덕 교수(왼쪽). [사진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제징용의 산증인’으로 불리며 일본 우토로 마을을 지켜온 재일동포 강경남 할머니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비정부기구(NGO) 지구촌동포연대는 23일 강 할머니가 지난 21일 오후 사망해 23일 독경을 하는 ‘경야’, 24일 발인인 ‘고별식’을 하는 장례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장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가족장으로 치른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 우토로 마을에서 슬픈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며 “우토로 마을을 지켜온 1세대 강경남 할머니가 향년 95세로 별세하셨다고 한다”고 알렸다.

서 교수는 “지난해까지도 아주 정정하셨는데 마음이 참 안 좋다”면서 “부디 하늘나라에서만큼은 고향인 경남 사천에 꼭 방문하시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강 할머니는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뒤 8살 때 가족과 함께 일본에 강제징용됐다. 18살에 결혼해 해방을 한해 앞둔 1944년 일본 우지(宇治)시에 있는 우토로 마을에 이주했다.

우토로 마을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1300여명이 군 비행장을 건설하는 데 동원되면서 생긴 마을이다. 동포들은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모여 막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상·하수도 시설이 없고 비만 오면 침수가 되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동포들은 우리말과 문화를 지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마을의 동포들을 핍박했고 1987년에는 몰래 매각을 추진해 동포들이 강제 퇴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한국인과 재일동포 등이 성금을 모아 우토로 마을에 전달했고, 이 성금으로 땅을 구입해 150여 명의 주민이 이주했다.

이 마을 1세대 중 최근까지 유일한 생존자로 남아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린 강 할머니는 2015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시청자에게 재일동포 차별의 아픔을 전하기도 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강 할머니의 발인은 24일이다. 강 할머니의 옛집에 49일 동안 유골을 안치하고 이곳에 빈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