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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순위조작' 프듀101 문자투표요금 돌려받을 길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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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221만명-피해액 2억4천만원…정식 손배소 현실적으로 어려워

형사판결 확정되면 민사소송법상 '지급명령제도' 이용 가능

연합뉴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엠넷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제작진의 순위 조작 사실이 확인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시리즈'의 유료 문자투표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문자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8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프로듀스 101시리즈' 제작자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총괄 프로듀서)의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에서는 피고인들의 형량 만큼이나 문자투표에 참여한 A씨가 낸 배상신청 결과도 주목을 받았다.

법원은 제작자들의 투표조작 행위로 A씨가 피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문자투표비용 100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신속하게 배상신청을 내 피해를 배상받은 A씨와 달리 아직 아무런 법적 조치를 하지 않은 다른 문자투표 참여자들은 어떤 식으로 구제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배상액이 100원에 불과하지만 피고인들에게 배상책임까지 인정한 아주 의미 있는 결정"이라거나 "한 사람이 요구한 것도 인정했으니, 단체로 요구하면 모두 배상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등 이번 법원 결정으로 다른 피해자들도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몇 백 원 돌려받자고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이다. 이런 경우엔 그냥 법원이 모든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명령했어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건당 100원이었던 문자투표 요금을 돌려받기 위해 피해자들이 각자 법적 조치를 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취지다.

연합뉴스

안준영 PD
[연합뉴스 자료사진]



◇ 피해자 221만명, 피해액 2억4천만원…정식 손배소엔 현실적 난관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총 221만6천167명이고, 피해액은 총 2억4천930만100원이다.

이처럼 피해자 수는 엄청나게 많고, 1인당 피해액수는 작은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방안이 있을까?

소송 효율성을 고려할 때,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에 따른 정식 재판으로 구제받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엔 청구하는 배상액이 너무 작고, 단체로 소송을 내더라도 소송 규모가 작아 마땅한 소송대리인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임료를 보통 사건에 비해 높은 10%(배상청구액의 10%) 정도로 산정하더라도 2천400여만원에 불과한데, 그 정도 수임료를 받고 200만명이 넘는 피해자를 대리하겠다고 나설 변호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 형사재판 중 피해자의 '배상신청' 가능하나 '2심 변론' 끝나 기회 놓쳐

결국 소송 이외의 법적 절차를 통해 피해를 배상받는 것이 현실적이다. 우선 100원을 배상받은 A씨처럼 법원에 '배상신청'을 내는 방법이 거론된다.

배상신청이란 법원이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하면서, 피해자의 신청이 있으면 가해자에게 피해에 대한 배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소송촉진법) 25조와 26조가 규정한다.

다시 말해, 피해자가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도 형사재판 결과가 나옴과 동시에 형사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범죄 피해자 보호 제도'다.

다만 제작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항소심 단계까지 완료된 상황에선 피해자들이 배상신청 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길이 거의 막힌다. 소송촉진법 26조가 형사재판의 항소심 변론이 종결되기 전까지만 배상신청을 낼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이 하염없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 법률적 쟁점만을 다루는 대법원 상고심 재판에서는 피해 사실과 관련된 쟁점을 다룰 수 없는 한계 등을 고려해 신청 기간을 제한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배상신청은 항소심 변론이 끝나기 전까지만 가능하다"며 "상고심 재판부가 파기환송을 해 1, 2심 재판이 다시 열리지 않는 한 피해자들이 추가로 배상신청을 낼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 형사판결문 첨부해 '지급명령' 신청하는 방법 있어…대표자 선정해 신청

'배상신청' 기회를 놓친 피해자들에게는 민사소송법에 규정된 지급명령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급명령제도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법원에 '금전 등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신청하는 것으로, 민사소송법 462조가 규정하고 있다. 정식재판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다. 간략한 절차이기 때문에 굳이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도 없다.

민사소송법에 따른 절차지만, 범죄 피해를 가해자의 '금전 채무'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로서는 피해액을 돌려받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형사재판 확정 판결문을 첨부해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모든 피해자가 단체로 신청을 낼 경우엔 '선정당사자' 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피해자 중 일부를 선정당사자로 정하면, 그가 받은 법원 판결 내지 결정의 효력이 나머지 피해자 모두에게 미치도록 하는 제도다.

200만명이 넘는 피해자 전원이 직접 신청을 낼 필요 없이 소수의 대표자만 선정해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결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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