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 5.18 관련 단체 회원으로 알려져
청남대 전두환 동상, 지난 5월부터 철거 여부 두고 갈등
청북 청주시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목 부위. 뒷목 부분이 훼손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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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옛 대통령 별장시설인 '청남대' 내의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9일 경찰 충북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청남대 안에서 A(50) 씨가 쇠톱을 들고 전 전 대통령 동상 목 부위를 자르던 중 순찰 중인 직원에 적발됐다.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체포한 뒤 현재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전 전 대통령 동상은 목 부위가 3분의 2께 잘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경기지역 5·18 관련 단체 회원으로, 충북도가 전 전 대통령 동상을 존치하기로 결정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화가 나서 동상을 훼손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 씨는 경찰에 "전두환 동상의 목을 잘라 그가 살고 있는 서울 연희동 집에 던지려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가 관광객으로 청남대에 입장한 뒤, 전두환 동상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가린 후 미리 준비한 쇠톱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CCTV에 접근하는 도중 펜스 자물쇠도 파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83년 건설된 청남대는 당시 대통령 별장으로 이용됐으나, 2003년 4월 18일 충북도로 관리권을 이관했다. 이후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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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A 씨를 재물손괴 등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한편 청남대는 지난 1983년 전 전 대통령 지시로 조성된 대통령 별장이다. 면적은 182만5647㎥에 이르며, 2000년대 초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89차례 찾아 총 366박 472일을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03년 4월18일, 해당 시설의 관리권을 충북도에 넘겨 시민에 개방하도록 했다.
이후 충북도는 지난 2015년부터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 기념물 등을 제작해 청남대에 설치하는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이 동상들 가운데 전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해 지난 5월 충북 5.18민중항쟁 40주년 행사위원회가 철거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이들의 요구에 응답해 충북도는 동상 철거를 약속했다.
그러나 동상을 철거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 지난 6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전직 대통령의 동상, 기록화 등 기념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충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 입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해당 조례안은 보수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3차례 결정이 보류됐다가 결국 폐기됐다.
특히 최근에는 전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려던 계획을 존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더욱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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