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홍 "5.18 왜곡 처벌법, 다른 의견 처벌이 요지 같아"
소병철 "엊그제 일어난 일이 아니잖나" 반박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5.18 관련 왜곡 폄훼 발언을 처벌하는 이른바 '5.18 왜곡 처벌법'을 두고 여야간 논란이 불거졌다. 여당은 '피해자의 인격 모독까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법안을 옹호하는 한편, 야당은 '민주주의를 해치는 일'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5.18운동을 비방·왜곡·날조하거나, 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처벌하는 항목을 신설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날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5.18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 맞느냐"라고 법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5.18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처벌하겠다는 게 주 요지같다"라며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맞느냐 할 정도로 자괴감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어 "역사적 사실은 평가자의 주관적 관점이나 시대정신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것이고, 평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처벌하겠다는 법이 나왔는지 의심이 될 정도"라며 "대한민국이라면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단순히 (5.18에 대한) 이견 만으론 처벌할 순 없지만, 제주 4.3처럼 공적 권위를 가진 진상조사위가 증거를 채취해 밝힌 공식 견해가 위험을 야기할 때 처벌할 수 있는 입법례가 독일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이런 법은 민주주의를 해치는 법안으로 장관이 강하게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월 광주 5.18 묘역에 가서 (당내 5.18 왜곡 발언에 대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며,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며 "법안심사소위에서 깊은 논의가 있겠지만, 이런 논의 자체가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40년이 지나서도, 얼마 전까지 5.18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기 때문에 법안이 나온 것"이라며 "엊그제 5.18이 일어난 뒤 '이 일에 대해 누구도 평가하지 말라'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도 "민주주의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까지 옹호하고 왜곡시키는 것까지 민주주의가 보호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5월16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전남 지역 당선인 10명 전원이 참배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5.18 왜곡 처벌법은 앞서 지난 20대 국회에서 먼저 발의됐지만,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당 3당과 함께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는 5.18 왜곡 발언을 처벌하는 형법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5.18 관련 단체들은 명예훼손 소송을 통해 왜곡발언을 한 이들을 일일이 고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피해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발언은 명예훼손 처벌이 힘들다는 데 있다. 앞서 지난 2008년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명예훼손으로 피소된 지만원 씨가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 받고, 2012년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대법원은 지 씨가 5.18을 왜곡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원심을 확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이들 시민단체는 5.18 왜곡발언을 처벌하는 규정의 필요성을 호소해 왔다.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만원씨가 지난해 2월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 법정 입장을 위해 몸 수색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일각에서는 5.18 왜곡 처벌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5.18 처벌법에 대해 "반자유주의적 입법"이라며 "6.25에 대해서 북침, 유도 남침, 국지전의 전면전 비화설 등 다양한 수정주의 이론들도 처벌받지 않는데 5.18에 대해 다른 견해를 말하는 것을 법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사회의 합의에 맡겨야 할 보훈의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친일파 파묘법"이라며 "민주당에서 하는 입법이 전반적으로 반자유주의적 경향을 띄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도 이같은 법안의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는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오픈넷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5.18의 의의는 숭고한 가치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응해야 한다는 데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입법은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낟. 국가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정의하고 이를 부인하면 형사처벌하는 선례는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