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비정상에 어리둥절 ‘윤석열 현상`, 키는 문대통령 손에

※내부자는 몸담은 조직을 꿰뚫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이기에 공론화할 가치가 있음에도 알고 있는 것이나 마음속 주장을 솔직히 밝히기 어렵다. 레이더P는 의원과 함께 국회를 이끌고 있는 선임급 보좌관의 시각과 생각을 익명으로 담은 '복면칼럼'을 연재해 정치권의 속 깊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

아이러니

---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성향 지지자 덕에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까지 오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정상적이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이 여론조사에 계속 이름이 오르는 것도 부자연스러운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어리둥절하다. 야권이 배출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까지 보냈다는 소리를 듣는 윤 총장이 야권의 지지를 받는다. 아이러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이승환, 김호영기자]

---

전략적 실패?

---

이런 상황을 초래한 주역은 다름 아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추다르크'적 본성에 기반한 '윤 총장 죽이기'가 '윤석열 대망론'을 키우고 있다는 것.

정치는 이슈 자체보다 그 이슈를 다루는 행태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걸 추 장관이 몸소 입증하고 있다. 추 장관이 검찰 개혁을 앞세워 윤 총장을 몰아세우면 몰아세울수록,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공정한 수사를 하고 검찰 조직을 지켜나간다는 윤 총장의 이미지는 강화된다. 추 장관의 전략 실패로 해석될 수 있다.

---

야당이 판 깔고 여당이 키웠다

---

'윤석열 현상'에서 정치권은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다. 민심은 여야, 모든 정치권의 성찰을 요구하는 듯하다. 정치가 제구실을 못한다고 보는 여론이 정치권 밖의 윤 총장을 희망으로 여겨 지지하는 것이다.

특히 야권에 이렇다 할 유력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 참담한 상황이 윤 총장의 여론 지지도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 있는 권력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이를 추 장관과 함께 온몸으로 막는 모순적 행태를 보인다. 여권이 윤 총장을 견제하는 칼인 '검찰 개혁'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하고 있다.

---

추·윤 스스로 성찰 기대할 단계 지나

---

검찰 내부에는 추미애-윤석열의 비정상적 갈등이 검찰 조직의 분열과 수사의 공정성마저 의심받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추 장관의 공격도 보기 좋지 않지만, 여론 지지를 지렛대 삼아 검찰정치를 하는 듯한 윤 총장의 행보도 보기 좋지 않은 건 매한가지라는 거다.

코로나19와 경제위기로 힘들어 하는 국민에게 근심과 혼란만 가중하는 상황을 정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결단이다. 추미애-윤석열 당사자의 성찰과 반성을 요구할 단계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 중 한 명에게만 책임을 물어 누군가를 경질하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남길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시급히 둘을 동반 퇴진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이 시간을 끌고 관망하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국민의 원망은 추미애-윤석열을 넘어 문 대통령에게 향할 것이다. 비정상을 정상화할 키를 쥐고 있는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 H보좌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