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공식화되면서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 탄생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이런 결론을 내놨다. 산은은 우선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해서 한진칼을 지원한다. 이후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2조5000억원)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000억원) 및 영구채(3000억원)로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 구조가 만들어진다. 사실상 국내 1, 2위 항공사가 합쳐져 ‘글로벌 톱7’ 항공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산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금번 거래를 통해 탄생하게 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Top 10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됨으로써 코로나 위기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 및 코로나 종식 이후 세계 일류 항공사로 도약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세계 7위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가 탄생할 전망이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창립한 이후 32년간 이어진 국내 항공업계 양강 체제가 대한항공의 독주 체제로 변하게 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간한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 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항공 29위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으로 순위가 상승한다.
국제 여객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10위인 아메리칸 항공과 비슷해진다. 국제 여객 수송 기준으로는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항공이 36위, 합치면 10위가 되고, 국제 화물 수송 기준으로는 대한항공 5위, 아시아나항공 23위로 합치면 캐세이퍼시픽을 제치고 3위에 오른다.
15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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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떨어진 올해 1~6월의 경우 대한항공 매출액은 4조원이고, 아시아나항공 매출액은 1조9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겹치는 노선은 인수 이후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지난해 두 회사의 실적 합산치가 그대로 나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떠안게 되는 점은 대한항공에 부담이 된다. 대한항공 부채 총계는 23조원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약 12조원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2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56.3%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연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이상 50% 이상이면 상장 폐지까지 심사된다.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쳐 정부가 5조원 가량을 지원한 상황에서 인수를 위한 추가적인 ‘혈세’ 투입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두 국책은행 관리 체제로 돌입했다.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원을 이미 소진했고,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4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대한항공도 지난 4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연말에는 1조원 가량의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신청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제몸 하나 간수하기 어려운 대한항공이 더 어려운 아시아나항공을 품는 것 자체가 도박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에 따른 독과점 우려도 인수 절차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자회사까지 합칠 경우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대한항공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가항공사(LCC)까지 더하면 62.5%에 달한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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