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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여성이 위험하다…연이은 스토킹·솜방망이 처벌에 정치권 응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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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스토킹 신고 건수 5468건

2018년 2772건 비해 크게 증가

스토킹 범죄 늘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대책 마련 지지부진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여성을 타깃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스토킹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정치권에선 스토킹 범죄를 규정하고 이를 강력 처벌할 대책 마련에 나섰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북 익산경찰서는 뮤지컬 배우 겸 가수 배다해씨를 상습 협박한 A(28)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서울 성동경찰서는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지난달 주거지인 익산서로 사건을 넘겼다.


A씨는 지난해 배씨의 공연장에 찾아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하고 온라인에 악플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배씨는 지난 9월 익명 고소 형식으로 상습협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모욕 등 5개 혐의로 성동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경찰은 수사를 벌여 A씨를 특정했다. A씨는 혐의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형사 고소와 함께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배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근 뮤지컬과 연극 공연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찾아와 접촉을 시도하며 상습적 협박을 일삼고 지방 공연장 숙소까지 알아내 찾아오곤 했다"면서 "변호사와 증거를 모으는 동안 신변보호 요청을 하고 신고를 해도 스토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는 절망했던 적도 많다"고 적었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에 찾아가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 혐의로 20대 남성 B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B씨는 지난달 17일 오후 8시께 전주시 덕진구의 한 아파트 계단에서 자신이 직접 제조한 폭발물을 터뜨린 혐의를 받는다. 폭발물은 B씨 손에서 터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스토킹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5468건으로 2018년 2772건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1~7월까지 신고 건수도 2756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처벌법에 규정돼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된다. 다만 상당수가 8만원 수준의 벌금형에 머무는 실정이다. 또 신고 건수 대비 처벌 건수는 2018년 19.62%, 2019년 10.6%, 2020년 7월 기준 10.8%에 머물렀다.


그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대책은 지지부진했다. 스토킹 범죄 처벌 관련 법안은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후 20대 국회까지 14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뒤늦게 정치권은 스토킹 처벌법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1호 법안으로 스토킹 처벌법을 발의했다.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명확히 규정해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2차 피해 예방 등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규정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내 스토킹 범죄 처벌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 정책위의장은 "우리 당 남인숙, 정춘숙 의원이 스토킹 범죄를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했다"면서 "현재 스토킹 범죄는 대부분 경범죄인 지속적 괴롭힘으로 처벌돼 범칙금 부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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