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일관련 재판'에 관한 질의를 하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론관에 가서 말하라'며 삿대질을 하고 있다. 2019.08.06. jc4321@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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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야당의 비판에 '버럭'한 노 실장이 "국민에게 살인자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보수집회 주동자는 우리 국민이 아니냐"는 반응이 줄지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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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발언 논란, 다시 불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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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진행된 운영위 전체회의에서는 노 실장의 '살인자'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노 실장은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를 비판하며 "이 집회 주동자는 살인자"라고 했던 바 있다. 이후 노 실장은 "과한 표현이었다"라며 한 발 물러났었다.
노 실장은 이날 "제가 국민을 대상으로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일부 주동자들을 향한 말이었지, 집회에 참가한 보수 성향 국민이나, 국민 대다수에게 한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노 실장은 마침내 발끈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그때 당시 국민에 대해 살인자라고 했던"이라고 언급하자, 노 실장은 "국민에 대해 살인자라고 하지 않았다. 어디서 가짜뉴스가 나오나 했더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1년 예산안을 논의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3.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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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집회 주동자는 국민이 아니란 말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살인자' 발언 논란의 핵심은 청와대의 2인자인 대통령비서실장이 특정 국민을 겨냥해 격이 떨어지는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다수 국민에게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해명하며 본인이 화까지 내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를 두고 페이스북에 "집회 주동자들이 '국민'이 아니면 다 외국인이었다는 얘긴지. 당정청이 모두 미쳐 돌아간다"라며 "마인드가 극단주의자들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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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와 기싸움 피하지 않아온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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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실장과 야당 의원들 간의 설전은 처음이 아니다. 노 실장은 그동안 3선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경륜을 살려, 야당과의 기싸움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국회 운영위 데뷔전이었던 2019년 4월부터 그랬다. 노 실장은 야당 의원들이 '인사참사'를 지적하자 오히려 야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비협조적인 상황을 비판하며 "국회의 직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맞섰다.
'삿대질'과 함께 호통을 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2019년 8월 국회 운영위 업무보고에서 야당이 친일 인사로 거론되는 인물의 소송에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인으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삿대질을 하며 "확인을 한 다음에 얘기를 하라. 자신있으면 정론관(국회 기자회견장)에 가서 얘기를 하라"고 소리쳤다.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날(2019년 7월23일) 문 대통령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여당 원내지도부와 오찬을 했던 점을 야당이 문제삼자 "대통령은 밥도 못먹습니까"라고 외쳤던 것도 노 실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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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로 이어지기도…누구를 위한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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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싸움에 능한 모습은, 물론 청와대를 방어하는데 있어서 효과적인 측면도 있었다. 야당이 정치적 공세를 펴기 전에 청와대를 상징하는 노 실장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서며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수'도 빈번하게 나왔다. 이번에 나온 '살인자 발언'이 대표적이다. 노 실장 본인도 자신이 한 '살인자 발언'에 대해 "표현이 과했다"라고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노영민 비서실장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0.07.06. since1999@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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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에도 '사고'가 터졌다. 안보 이슈와 관련해 공세적인 질의를 하던 야당을 향해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갑자기 일어서며 고성·호통을 치기 시작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을 때다. 노 실장은 사태를 수습하기 보다 야당 의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언제 국회의원들한테 피감기관을 모욕해도 되는 권한을 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은 결국 정권 차원의 부담이 됐다. 2020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돼야 하는 와중에 국회가 파행될 수 있는 이슈로 커졌다.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사건이 일단락될 수 있었다.
이처럼 강성에 가까운 노 실장의 면모는 결국 문 대통령에게 그 부담이 갈 수 있다. 이번 '살인자' 발언 논란도, 깔끔하게 사과했다가, 이날 갑자기 '기싸움'을 택한 노 실장이다. 이제 논란은 '보수집회에 참여하는 국민은 국민이 아니라는 말인가'로 이어질 태세다. '국민 통합'을 앞세워야 하는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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