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은 우군 확보·산은은 새주인 찾기
산은, 경영권 개입 부담불구 회생위해 불가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시너지 효과 윈-윈
초대형 국적사의 길 선택이 글로벌 추세 부합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기약없이 비행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구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의 협력 관계 구축이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회생을,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든든한 우군을 얻게 된다. |
▶굳이 복잡한 구조 택했다. 왜? =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방안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곧바로 대한항공에 넘어가는 방식이 아닌, 한진칼을 거쳐가는 방식이다. 먼저 한진칼이 산업은행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고, 그 대가로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새로 발행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한진칼에 넘긴다. 그리고 대한항공이 재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대한항공으로 옮겨지는 방식이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곧바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오히려 간단하다. 하지만 굳이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건, 이를 통해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가의 가장 큰 고민은 경영권 분쟁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펀드(KCGI), 반도건설 등이 참여한 ‘3자 주주 연합’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다. 이미 한진칼은 3자주주연합 측 지분이 이미 조 회장 측 지분보다 많은 상태다. 조 회장 측으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산은으로서도 한진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게 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후 이대로 두면 아시아나항공 회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면서 대한항공을 인수전에 참여시키려면 산은으로서도 불가피한 카드인 셈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사될 경우 연매출 15조원의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탄생한다.
▶대한항공에도 아시아나에도 윈윈=경영권 분쟁을 떠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산은 역시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경쟁 노선을 효율화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막힌 항공길이 언제 열릴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노선 정리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중장거리 노선에선 대한항공에 밀리고, 단거리 노선에선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실적 악화도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대한항공과의 노선 효율화 작업을 통하면 노선 효율화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수·합병(M&A) 전문가들 또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한항공에 인수되는 시나리오밖에 없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주요 컨설팅업체가 내놓은 최적의 방안이기도 하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다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당시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업체들은 하나같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PEF 운용사들이 일찌감치 인수전에서 발을 뺀 사례도 있다.
당시 컨설팅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운영 문제를 인수의 큰 걸림돌로 꼽았다. 항공기의 약 80%가 리스로 돼 있는 데다 기종마저 다양해 운영 효율화 작업에 비용 및 시간이 너무 많이 투입된다는 게 골자다. 대한항공 규모의 대형 항공사가 나서서 사업재편을 단행하지 않는 한 경영 효율화 작업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최근 해외 항공사들 역시 항공사 간 M&A를 통한 시장 재편이 활발하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콘티넨탈항공 인수, 중국동방항공의 상하이항공 합병, 루프트한자의 오스트리아, 스위스 항공사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게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사실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한항공과의 시너지를 통해 초대형 국적사로 거듭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