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최근 금융권에선 이런 책임을 조금이라도 분산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원배상책임보험'이 재조명되고 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은 회사 임원의 부당행위로 제기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회사임원에게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임원배상책임보험의 보험료율이 상승했다. 보험료율이란 보험료를 계산할 때 쓰는 비율로, 요율이 오르면 보험료도 올라간다. 요율이 오른 것은 지난해와 올해 이 보험으로 배상해야 하는 사고들이 여러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래 사고가 많이 안나던 보험인데, 최근 20억~50억원 단위의 큰 사고가 몇 건 있었다"라고 말했다.
KB증권 직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리는 '라임 사모펀드 사태' 관련 판매사 3차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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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험은 소송이 일어나는 경우 확정된 손해배상금이나 화해 시 합의비용, 법적대응에 필요한 제반비용 등을 보상해준다. 금융회사나 대기업, 상장회사 등은 임원의 부당행위로 소송에 휘말려 민사적 책임을 져야할 상황에 대비해 가입한다.
보험업계에선 임원배상책임보험의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지만, 관심 자체는 늘었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에게 부여되는 각종 책임이 커지는 추세여서 보험의 요율이 오르더라도 회사들이 보험료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며 "기업 보험의 경우 보험요율이 오르면 특약을 빼거나 해서라도 보험료를 낮추는 걸 선택하는데, 임원배상책임보험의 경우 최근 보험요율이 오르는데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임원배상책임보험이 형사 책임이나 과징금 등을 보상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보험 자체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고 했다. 최근에 한 은행은 1청구당 250억원까지 보상하는 임원배상책임보험에 재가입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내기도 했다.
최근 금융사들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후폭풍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 라임 펀드 판매증권사 3곳에 대한 징계안을 확정했다. 징계 대상은 라임 사태 당시 근무한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김형진·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투협회장)다. 호주 부동산 펀드와 관련해 KB증권 김성현 대표(각자대표)도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여기에 내년 3월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사 임원들의 책임은 한층 더 무거워지고 있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을 원칙적으로 CEO가 맡도록 하고 있다. 또 주요 판매원칙을 위반하면 관련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고 과태료도 최대 1억원까지 상향되는데, 금소법 하위규정에 따라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 대한 책임도 함께 물을 수 있게 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 사태와 금소법 제정 등으로 CEO의 책임이 더욱 과중해지는 분위기"라며 "금융사 CEO를 하려면 감옥 갈 각오가 필요하다는 자조적 농담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이상빈 기자(seetheunse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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