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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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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1위 '윤석열 신드롬'···영남보다 더 민다 '충청 대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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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1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가 11일 발표됐다.

여론조사업체인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7~9일 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에게 “여야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윤 총장을 지지한다는 비율은 24.7%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22.2%) 대표와 이재명(18.4%) 경기지사를 앞섰다. 비록 오차범위 내지만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1위에 오른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으로 발탁됐던 윤 총장이 야권 대표 주자로 우뚝 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아직 정치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폭발적 여론 현상에 대해 "여권의 폭주와 야권의 무능이 '윤석열 신드롬'을 탄생시켰다"란 진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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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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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심판 여론 흡수



야권에선 “반문(反文) 투사 윤석열”(국민의힘 중진 의원)을 지지율 상승의 첫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윤 총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수사로 인해 현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상징적인 인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올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대립각을 세워 오던 윤 총장이 '대권 주자 윤석열'로 부각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였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중상모략이라는 말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등 거침없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제 윤석열이라는 인물은 범야권에서 가장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가 국회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답변, 폭발적 제스처, 강렬한 카리스마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그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관전평도 나왔다.

특히 국감 후반부에 “임기를 마친 후엔 정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윤 총장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하자 이를 윤석열의 사실상 정계 입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제 윤 총장은 국정감사 출석 직후인 10월 25∼26일 알앤써치 조사에서 15.1%로 뛰더니, 지난 2일 리얼미터 발표에선 전 달보다 6.7%포인트 오른 17.2%로 기록하며 단숨에 3강 구도를 이뤘다. 최근 윤 총장을 겨냥한 추미애 장관의 노골적인 때리기가 역설적으로 정치인 윤석열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지지율 1위 소식에 "이제 다 추미애 덕이죠"(진중권) "추 장관의 고집과 오기가 윤 총장을 1위로 만들어 준 것"(김근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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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 진천캠퍼스에서 신임 차장검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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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안 부재 반사이익



윤 총장이 부상하기 전까지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선 차기가 뚜렷하게 부각하지 않았다. 4월 총선 직전까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10%대 후반대 지지율로 야권 주자 중 1위를 달린 정도다. 이후 10월 초까지 홍준표 무소속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보수주자’ 실종 현상이 계속됐다.

이는 문 정부에 대한 비토 여론(10월 16일 한국갤럽, 차기 정권 선호도 야당 39%)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로, “문 정부에 대한 불만은 차올랐지만 이를 담아낼 차기 주자가 없었던 상황”(정진석 의원)이란 의미다.

실제 이날 조사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지지율은 국민의힘 지지층(62.0%)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보수층에서 윤 총장을 '반문(反文) 여론'을 담아낼 정치적 그릇'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안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는 야권의 무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상대편'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의 지지율을 언급하며 “국민의힘 입장으로서는 사실 미칠 일이다. 가뜩이나 힘겨운 도토리 후보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고 썼다.



'충청대망론' 실현되나



또 다른 변수는 '지역'이다.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 지역별 지지율은 충청이 33.8%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부산·울산·경남(30.4%)과 대구·경북(27.3%), 인천·경기(26.4%), 서울(22.9%)이 이었다. 주로 보수계열 정당 지지자(국민의힘 62.0%+국민의당 31.9%)가 호응한 거로 비춰, 영남에서 높을 거란 예상과 다른 결과다.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열쇳말은 충청이다. 그간 유력하게 거론되는 여권의 후보군은 호남(이낙연) 또는 영남(이재명) 출신이다. 야권도 마찬가지로 영남(안철수·홍준표·유승민) 출신이거나 수도권(오세훈), 혹은 제주(원희룡) 출신이다. 충청이 비어있다는 의미다. 윤 총장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고향이 충남 공주다. 정치권에선 윤 총장을 충청 출신으로 본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김종필·이회창·이인제·정운찬·반기문 등 충청 출신 인사를 언급하며 “대권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며 “충청지역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충청 대망론에 대한 갈망과 함께 그를 같은 뿌리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퇴하고 정치하라"



윤석열 지지율 1위에 여권은 더욱 압박 강도를 높였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장 검찰을 중립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장본인이 정치 야망을 드러내고 대권 후보 행보를 하고 있다"며 "대권후보 여론조사 1위로 등극했으니 차라리 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고 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의의 탈을 쓰고 검찰이라는 칼을 휘둘러 자기 정치를 한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여권 내부적으로 "충격적 결과"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갑자기 (윤석열) 지지율이 왜 이렇게 폭등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지만, 하여튼 민주당에 악재인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도 무조건 반색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 소속 인사가 아닌 윤 총장이 야권 대표 주자로 떠오른 것이 자칫 당의 구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왔다. 다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이 정치인도 아닌데 어떻게 1위가 됐겠나 생각해보라. 국민이 그만큼 답답해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권호·현일훈·정진우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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