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꿋꿋이 임기 지켜라’ 들어”
추미애 “대통령 그런 말 했을 리 없어”…계속 평행선
추미애 “대통령 그런 말 했을 리 없어”…계속 평행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이제원 기자 |
점입가경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장관급)의 갈등이 연일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보다 못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안 대표는 11일 세계일보 ‘세상을 보는 창’과의 인터뷰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에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에게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런 지경까지 빠지지 않도록 대통령이 인사권을 발휘해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며 “그런데도 모든 국민이 분열하고 싸우게 만들고 있다”고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처음에는 두 사람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문제“라고 못박았다. 현 정부를 겨냥해 “처음 경험해 보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며 “무능한 데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위선적이다. 무능과 위선의 정권”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 장관에게는 ‘절제’와 ‘점잖음’을, 윤 총장에게는 ‘자중’을 각각 당부했으나 추 장관은 이날도 윤 총장을 향해 “그만두고 나가서 정치를 하라”고 점잖지 못하게 야유를 보냈다. 모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추 장관 등을 모두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대통령이 나서 정리하라’는 안 대표의 권고에도 청와대가 직접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일단 윤 총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믿을 수 있는 ‘메신저’를 통해 윤 총장한테 “꿋꿋하게 임기를 지켜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에 끝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
윤 총장 말이 맞는다면 문 대통령은 추 장관 등 여권과 윤 총장 간의 갈등을 이미 ‘정리’한 셈이 된다.
하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 발언 내용이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은 의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나는 문 대통령을 잘 안다”며 “절대 ‘비선’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전달할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성품’까지 운운했는데 “대통령의 하급자인 장관으로서 선을 넘은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처럼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말이 엇걸리자 의원들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 기회를 이용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누구 말이 맞는지 물었다. 하지만 노 실장은 “인사, 임기에 관한 부분은 말씀드릴 수 없다”는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윤 총장 말이 맞는다고 사실상 확인을 해준 셈’이란 반응도 나왔다. 거짓말이면 거짓말이라고 하면 그만일 텐데 굳이 ‘확인 불가’ 입장을 고수한 것 자체가 확인해준 것 아니냐는 취지에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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