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판매증권사 CEO 무더기 중징계…근거는 무엇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금융감독원 건물/사진제공=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가 지난 10일 밤 세차례 회의를 연 끝에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 전·현직 CEO(최고경영자)에 대해 중징계를 최종 의결했다.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에 대핸 면직(퇴직), 3개 증권사 전현직 CEO에 대해선 직무정지와 문책경고 등 강도 높은 징계를 부과했다.

증권업계는 주된 제재근거로 알려진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에 대해 모호한 법규정으로 과도한 징계를 내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후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의결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전날 라임펀드 판매증권사에 대한 3차 제재심을 열고 박정림·김성현 KB증권 현 각자대표에겐 각각 문책경고·주의적경고를, 윤경은 KB증권 전 대표에겐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당초 금감원은 박정림·김성현 대표에게 각각 직무정지, 문책경고를 통보했지만 이날 제재심에서 1단계 감경됐다.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은 사전통지대로 직무정지가 의결됐고 김형진·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는 각각 직무정지, 주의적경고를 받았다. 김병철 전 대표도 1단계 감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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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증권사 공통 징계근거…'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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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CEO에 대한 주된 제재근거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하지 못해 투자자피해를 키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 관련 징계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24조와 동법 시행령 19조를 근거로 한다. 금융회사는 주주 및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뤄지도록 관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금감원의 '문책경고' 징계를 받은 우리·하나은행은 이 '실효성'을 두고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일종의 해석다툼이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같은 죄형법정주의 체제에서 이런 애매한 조항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금감원이 내부통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구체적인 규정이나 법률위반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게 아니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금융회사가 조심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사고가 난다. 이럴때마다 내부통제기준 마련 위반으로 제재하면 살아남을 CEO가 어디있냐"며 "징계는 엄하면서 근거는 모호하니 업계가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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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CEO 두명 모두 중징계…KB증권 철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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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발생시킨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기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이 28일 오전 라임 펀드 판매사 겸 총수익 스와프(TRS) 제공 증권사인 KB증권을 압수수색한 것이 확인됐다. 증권가 등에 따르면 서울 남부지검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KB증권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 모습. 2020.10.28/뉴스1

KB증권은 이번 제재심에서 현직 각자대표 2명 모두 중징계를 받으며 경영상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박정림 대표는 라임펀드 판매과정에서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 등의 이유로 '문책경고'를 받았다. 차기 KB은행장으로 거론돼온 박 대표는 이번 제재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금감원은 박 대표에 대해 한단계 높은 '직무정지' 징계를 사전통보했지만 제재심 과정에서 책임범위와 경중 등 제반사항을 고려해 1단계 감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현 대표는 IPO(기업공개) 주관사로 업무를 수행하며 불공정한 대가성 거래를 한 혐의로 '주의적경고'를 받았다.

KB증권 소개로 투자한 펀드에서 손실을 입은 기관에 유망기업의 신주물량을 몰아주는 식으로 손실을 만회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투자사기' 논란을 낳은 호주 부동산 펀드, 공모주 차별배정 등 종합검사 과정에서 다수 지적사례가 드러나며 임직원 십여명도 중징계가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CEO를 뺀 임직원의 경우 '면직'을 제외환 징계는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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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철 금투협회장도 피하지 못했다…반포WM센터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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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된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이사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 열린 '2019년도 제1차 임시총회'를 마친 뒤 당선 소감을 전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현재 금융투자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도 중징계가 의결되면서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직 금투협회장이 제재심에서 문책경고보다 높은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협회 설립 이후 처음이다.

나 전 대표와 본사 일부임원 또한 내부통제에 미흡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라임펀드 대부분을 대신증권에서 판매하는 데 있어 본사차원의 적절한 위험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금감원은 라임펀드를 1조원 이상 판매한 대신증권 반포WM센터는 폐쇄결정을, 현재 구속기소된 장영준 전 센터장에 대해선 면직징계를 금융위에 의뢰키로 했다. 장 센터장 뿐만 아니라 반포센터 소속 PB 다수도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센터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투 전직 두 대표도 라임사태 관련 내부통제 마련 미비로 중징계를 받았다. 신한금투는 라임펀드와 관련해 최근 100% 원금반환이 이뤄진 무역금융펀드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정상운용중인 것으로 오인해 펀드를 지속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선 신한금투가 조직적으로 라임과 공모했다고 판단, CEO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독일 해리티지 DLS(파생결합증권), 젠투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등 최근 대규모 환매연기 사태가 발생한 사모펀드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면서 임직원 수십명이 추가 중징계를 받았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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