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형제 이어 16개월 영아도…신고된 아동학대 왜 못막았나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

약 5개월에 걸쳐 세 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끝내 사망에 이른 16개월 영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초동 조치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은 자체 점검단을 꾸려 당시 3건의 신고가 규정에 맞게 처리됐는지를 감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 인원과 담당자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사 사고가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아동 영역에서 전문 경찰과 전문성을 갖춘 상담사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세 번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경찰은 왜 못 막았나

━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망한 영아는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멍이 든 채로 실려왔다가 결국 숨졌다. 영아가 사망하고 난 뒤 병원 측에서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영아의 모친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A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수사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16개월 영아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손상으로 밝혀졌다. A씨는 혐의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영아는 올해 초 현재 부모에게 입양됐다. 이후 지난 5월부터 약 5개월 동안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3차례나 접수됐지만 경찰은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내사를 종결하거나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은 여성청소년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점검단을 구성, 당시 신고가 규정에 맞게 처리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가해자와 아동의 분리 등 현장 임시조치에서 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라며 "제도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현행 매뉴얼상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은 접수사실을 공유하고 동행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현장에서 학대 피해가 확인되고 재학대의 위험이 있을 경우 아동학대행위자와 피해 아동을 격리해야한다. 또 피해아동을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것이 기본 절차다.

이후 피해아동과 학대행위자 조사를 통해 가정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또 경찰 수사로 혐의점이 발견되면 검찰로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다.

━
경찰은 부서 이동, 상담사는 이직한다…"아동학대 예방 전문가 부족"


━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아동학대 수사와 관련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9월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을 내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던 '인천 라면형제'도 앞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수차례 받았지만 이렇다할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은 끝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신고 접수 후 현장으로 출동하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사들의 절대 인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의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수사를 하는 인력과 전문성이 모두 미흡하다"라며 "경찰은 계속 부서 이동을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는 이직률이 높은 데다 근속 연수가 낮은 직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 출동 조사를 하더라도 아동학대 혐의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라며 "아동영역 전문 경찰을 신설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서울남부지법은 오는 11일 오전 10시30분 사망한 영아의 모친에 대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진행한다. 앞서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6일 A씨에 대해 아동학대 치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