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전까진 정치행보 위축
당분간 도정 성과 홍보 주력할 듯
내년 최종심 무죄 땐 ‘부활’ 희망
김경수 경남지사(53)가 6일 항소심 재판에서 공직선거법은 무죄를 받았지만 댓글조작 혐의는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당분간 여권 대선 구도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68)와 이재명 경기지사(56)의 양강 대결 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지사는 대법원 판결 때까지 ‘부·울·경 메가시티’ 등 정책 구상을 가다듬으며 도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당초 김 지사 혐의가 무죄로 결론날 경우 친문(친문재인계) 지지층과 당내 친문 세력이 김 지사로 쏠리며 여권 대선 판도가 요동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김 지사가 이날 ‘법적 족쇄’를 벗는 데 실패하면서 현실화되지 못했다. 김 지사는 대법원에서 결과를 뒤집는 데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종 상고심에서 댓글조작 혐의가 유죄로 결론날 경우 김 지사 개인은 물론 민주당도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실낱 같은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만약 내년 7월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릴 경우 김 지사는 대선 레이스에 합류할 수 있다. 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오히려 인지도와 잠재력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대법원 판결 전까진 정치행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유세 지원 등 적극적 역할을 맡기 어렵게 됐다. 다른 ‘잠룡’들이 당 안팎에서 세를 확장하는 동안 발이 묶이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무공천 당헌을 개정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대선 교두보로 삼으려 하고 있고, 이 지사는 연일 복지정책을 강조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내년 보궐선거가 대선주자들의 리더십 시험대라는 점에서 김 지사가 경쟁자들에 비해 불리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다만 김 지사는 이날 법정 구속을 면하면서 반전 기회를 갖게 됐다. 지사직 유지라는 기회를 활용해 부산·울산·경남의 행정 통합을 통한 ‘동남권 메가시티’ 등 핵심 정책을 발전시키며 도정 성과를 홍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메가시티는 지역균형발전 정책 일환으로 ‘친문 적자’로 분류되는 김 지사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가치를 계승한다는 의미가 있다. 김 지사는 지난 4일 부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에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아쉽다”며 “대법원에서 바로잡히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후보의 가장 최측근 인사가 대량으로 댓글을 자동 생산한 게 유죄로 판결이 나왔다”며 “대통령께서 사과하고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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