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권 교체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할 생각"
2011년 9월6일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수피아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발표한 뒤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포옹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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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일 "정권 교체를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할 생각"이라며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과거 서울시장에 출마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하 존칭 생략)과 후보 단일화에 나섰던 장면이 회자하고 있다.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박원순 변호사에게 시장 후보를 양보해 '아름다운 양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안 전 대표가 정당 대표로 활동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2011년 9월7일 안 대표는 박원순을 지지하며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에 박원순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성공, 곧바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선거운동본부를 꾸려, 야권 단일후보 경선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 지지율은 50%에 육박,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유력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기성 정치인들을 어렵지 않게 따돌렸다.
이에 안 대표는 "지금 사람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비교가 안 된다. 건국 이래 역사상 가장 심하다"라며 "아직 만으로 40대인 나 같은 사람이 (출마를) 할지 말지도 결정 안 했는데, 저렇게 역사가 오래된 당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면 그게 민심이다. 나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2년 9월13일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청을 방문, 박원순 시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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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과정 역시 이권 나눔 등을 골몰하는 기성 정치권 모습과 달랐다. 일종의 '통 큰 양보'를 했다.
2011년 9월5일 안 대표는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출마를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6일 오후 4시. 그는 박 상임이사와 만나 불과 17분의 대화 끝에 박 상임이사로 후보를 단일화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안 대표는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서 그분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다"며 "단일화에 대한 아무런 조건도 없다. (저는) 출마 안 하겠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꼭 시장이 되셔서 그 뜻 잘 펼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단일화 이후,5% 안팎에 불과했던 박원순 지지율은 50%대로 수직 상승했다. 이어 10월 26일 열린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은 53.4%의 압도적 득표율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18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 대표는 그해 6월2일 "정치인들이 갈등의 현장을 잘 피한다. 복잡한 문제들 해결 안 하려고 하고 번쩍번쩍 빛나는 곳만 찾아다니면서 숟가락 얹는 그런 사람들은 소용 없다"며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2020년 7월9일 박원순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을 당시 안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인의 죽음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별도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번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참담하고 불행한 일이다. 또한,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과제와 미래비전'에 참석, 강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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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 대표는 이날(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의 초청 강연에서 "올해 초 귀국할 때 우리나라가 망가져 가고 있고 그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무엇이 되기보다 정권교체를 위해 역할이 뭐든지 하겠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는) 몇 번만 더 들으면 백 번 듣는 질문인데, 저는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서울시장에 절대 안 나간다'고 했던 기존 언론 보도와 의미가 다르냐는 질문에는 "저는 변함 없다. 같은 말 하기가 지겨워서 다른 표현을 썼을 뿐 취지는 같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경선을 국민의당 차원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경선은 국민의힘 문제 아니냐"면서 "저희는 저희대로 재보궐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지만 예산 국회가 끝나면 그때부터 저희 의원들 중심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반문(反文)연대에 대해서는 "반문연대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누구를 반대해서 승리한 정치 세력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문연대 형태가 돼 일대일로 싸우게 되면 지난 총선과 똑같은 구도가 돼버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면 그때도 싫어하는 정당보다 실망한 정당에게 표를 찍는 일이 반복된다. 그런 반문연대가 아니라 혁신연대, 미래연대 등 국가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 세력들의 모임.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게 유일한 길"이라며 "시간표상 가장 중요한 목표 지점은 2년 후 대선이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게 각 정당이나 세력들의 몫"이라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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