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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추미애만 남았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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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추미애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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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the300]
[300스코어보드-법사위(종합)]



2020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내용 측면에선 국감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국감장에서 피감기관장들이 서로를 헐뜯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으나 여야 모두 자기 진영의 유불리만 따졌다. 민생을 위한 정책 질의는 라임·옵티머스 사태, 월성원전 감사, 검찰개혁 등을 둘러싼 정쟁에 묻혔다.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극심한 갈등만 남았다.


◇핫피플… 법사위를 빛낸 의원은?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최기상 의원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최기상 의원실.



'정쟁 상임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법사위에서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만은 달랐다. 최 의원은 국감 내내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정책 질의에 집중했다. 여야 공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최 의원은 피감기관들의 운영 및 제도상 문제점을 꼬집었다.


최 의원은 판사 출신답게 전문성을 갖춘 정책 질의를 던졌다. 법관 인사, 인권 수사, 영장 발부 등 사법행정 전반을 점검했다. 차분한 말투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고,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답변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했다. 막말과 말자르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시종일관 정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여야 간사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민주당 간사 백혜련 의원은 야당 공세를 차단하는 동시에 정책 질의도 챙겼다. 각종 현안들을 다루면서 다재다능한 역량을 보여줬다.

국민의힘 간사 김도읍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당정을 둘러싼 의혹들의 책임 소재를 날카롭게 짚었다. 김 의원은 "검사가 술접대를 받았다? 사건을 뭉갰다? 누구 책임인가?"라며 "지금 검찰은 추 장관이 제청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그 검사들이 제대로 일을 못하고 불법과 비위를 저질렀다면 인사 못한, 제청 잘못한 문 대통령과 추 장관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핫이슈… 법사위를 달군 윤석열·추미애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야 모두 법사위 국감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공개 설전이 이목을 끌었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은 각자 출석한 국감에서 서로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여당은 추 장관, 야당은 윤 총장을 옹호하며 갈등을 부추겼다. 두 사람은 수사지휘권 발동, 라임·옵티머스 사태, 윤 총장 가족 의혹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윤 총장은 '국감 스타'다웠다. 1년 만에 공개석상에 나온 지난달 23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작심 발언을 쏟아내며 법사위에서 절대다수인 여당 의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날 국감 실시간 시청률(오전 10시 8분부터 11시 52분)은 9.91%를 기록했다. 국감 방송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청률이다. 윤 총장을 향한 전 국민적 관심이 이번 국감에서 확인됐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정계 진출 질문에 "소임을 다 마치고 나면, 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정치 입문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은 대선주자 선호도 3위로 떠올랐다. 야권 후보로 꼽히는 인물 중에선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에 대한 종합감사가 정회되자 감사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에 대한 종합감사가 정회되자 감사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BAD… 질의로 포장한 수사 압박, 무기력한 야당

특정 사건을 언급하며 수사 지침을 내리는 듯한 행태는 이번 국감에서도 반복됐다. 여당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관련 압수수색 영장 기각 문제가 대표적이다. 영장 발부와 신속 수사 압박이 압수수색 영장 제도 질의로 포장됐다.

추 장관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한 야당 공세에 "법사위에서 수사 중인 사안을 언급한 건 적절하지 않다"던 여당의 염치없는 태세전환이다. 이미 판결이 난 여당 정치인 연루 사건을 다시 언급하며 의혹 당사자들의 감찰을 요구하기도 했다.

야당은 무기력했다. 이미 알려진 의혹들에 대한 '재탕 삼탕' 질의를 던지며 시간을 허비했다. 수적 열세보다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 더 문제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겹치는 질의를 던지며 '맹탕 국감'을 자초했다. 국감은 '야당의 시간'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300어록… 윤석열 "법무부 장관 '부하'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을 방문,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대전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을 방문,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대전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윤 총장은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 장관의 연이은 수사지휘권 발동을 강하게 비판하는 발언이다. 윤 총장의 발언으로 여야 의원들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상급자인지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윤 총장은 여당 의원들의 질책에도 "검사가 그러면 사법경찰관의 상사냐"라며 "지휘감독한다고 상사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5일 뒤 종합감사에선 추 장관의 반격이 이뤄졌다. 추 장관은 "총장이 이 자리에서 국민들께 드린 말씀이 일부는 바람직하지 않고 부적절하며 일부는 반민주적 우려까지 제기해 상당히 유감이고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 적법하고 적절한 조치였다고도 했다. 추 장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총장으로서 선 넘는 발언을 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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