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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무죄라는데…그럼 누가 죽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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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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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이석형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36)이 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신상공개위원회 회의를 열어 범죄수법이 잔인하고 결과가 중대해 국민의 알권리 존중 및 강력범죄예방 차원에서 고씨에 대한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영상캡쳐)2019.6.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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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고유정(37)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무죄를 확정하면서 이 사건은 또 다른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5일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고유정의 전 남편 살인 혐의에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 판결을 인정했다. 1·2심과 마찬가지로 '고유정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사건'은 향후 누군가의 자백이나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혐의 '무죄'…재판부 "직접적 증거 없어"

재판부는 숨진 아이가 잠든 아버지 다리에 눌려 숨지는 '포압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범행동기나 사망원인, 사망시간도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외부인이 들어온 흔적이 없는 집안에서 5살 아이가 누군가에게 고의로 눌려 숨졌다면 범인은 친아버지 홍모씨(38)와 고유정 둘 중 한 명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재판에서도 세계 최대 미국립의학도서관 의학 논문 1500만 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언급하며 아버지의 포압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를 "통계자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범인을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 일부 간접증거와 의심되는 정황이 있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판부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설령 의붓아들이 고의에 의한 압박으로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그 압박행위를 고유정이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도 고유정이 홍군에게 수면제를 먹였거나 직접 몸으로 누른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살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불면증 치료제를 복용 후 깊이 잠든 친부 홍씨가 아들 홍군의 머리를 눌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범행 시각에 고유정이 깨어 있었는지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으며 당시 홍씨와 다투긴 했으나 의붓아들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봤다. 2심도 홍군이 함께 잠을 자던 친부의 다리 등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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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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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 홍모씨 "경찰 초동수사 부실…법원도 간접 증거 고려했어야"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로 범행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청주 경찰은 의붓아들 사망 사건 초기에 고유정보다 친부의 과실치사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친부 홍씨 측은 이날 경찰 수사와 재판부 판단에 문제를 제기했다. 홍씨 측은 "결과적으로 고유정의 거짓 진술을 믿고 수사를 진행했던 것이 오늘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을 향해서도 "이 사건과 같은 밀실 살인 범죄에서 직접적 증거로는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면, 범행 전후 고유정의 수상한 행적을 고려했어야야 하지만 법원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살인범은 없고 살해당한 사람만 존재하는 또 하나의 미제사건이 종결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법원 판단에 빌미가 된 것은 고유정이 진술한 '친부의 잠버릇'이지만 실제 (저는) 잠버릇은 없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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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홍군, 10분간 압박당했다는데…그럼 누가 죽였나

고유정이 전 남편 A씨를 살해할 때 카레에 졸피뎀을 넣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의붓아들 홍군의 사망 사건도 재조명됐다. 고유정이 홍씨에게도 수면제를 먹인 뒤 홍군을 몸으로 눌러 질식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해 9월30일 6개월간의 장기간 수사 끝에 고유정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범행 도구 등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다수의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고씨를 최종 피의자로 지목한 것.

다수의 프로파일러와 전문가도 '고씨가 홍씨와의 새 결혼생활에 의붓아들이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살해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홍군이 "10분이 넘는 외부 압착에 의해 숨졌다"는 소견을 냈다.

경찰은 홍씨 체모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을 토대로,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한 수법과 유사하게 홍씨를 재운 뒤 침대에서 잠을 자던 홍군의 얼굴을 눌러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또 고씨 휴대전화에서 홍군이 숨진 시각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3월2일 오전 5시쯤 고씨가 휴대전화를 사용한 정황도 포착했다. 고씨는 홍군이 숨지기 전인 2018년 11월과 지난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홍씨에게 '잠을 자면서 몸으로 (옆 사람을) 누르는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고씨는 또 홍군이 숨지기 8일 전 자택 PC로 '질식사'를 검색했으며 '베개 질식살해' 관련 기사를 봤다. 경찰이 여러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고씨를 최종 피의자로 판단한 이유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선고로 의붓아들 사망사건은 결국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범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나온다면 재심 신청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제주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홍군은 지난해 2월28일 충북 청주에 왔다가 3월2일 변을 당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씨 부부는 사고 직전 홍군을 고씨 친아들(6)과 함께 청주에서 키우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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