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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2020 미국 대선

개표소 습격에 성조기 화형식···'플로리다 악몽' 결국 현실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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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훔치지 말라(Stop The Steal)!" "모든 표를 집계하라(Count Every Vote)!"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주요 도시 곳곳에선 정반대의 주장을 담은 시위대의 구호가 뒤엉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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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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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투표 부정을 주장하며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모든 투표지의 개표를 요구하는 바이든 지지자들이 각기 시위에 나서면서 혼란과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는 상대 시위대를 공격하거나 거리에 불을 지르는 등 소동을 벌여 수십명이 체포됐다고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결과를 부정하고 소송전에 나서면서 각 주정부는 소요사태에 대비한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백악관 인근 흉기 공격으로 4명 부상



4일(현지시간) 새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단체 회원들이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거리에서 칼에 찔려 크게 다치는 사건도 발생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새벽 한 술집에서 대선 개표 방송을 보고 귀가하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회원들이 흉기 공격을 받아 4명이 배와 목 등에 중상을 입었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당시 피습 영상에는 이들이 칼에 찔려 피를 흘리는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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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현지시간) 백악관 인근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흉기 공격을 받고 있는 모습.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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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드 보이스'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 현장에서 맞불 집회를 여는 등 과격한 언행으로 유명한 친(親) 트럼프 극우단체다. 단체측은 자신들을 공격한 것이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ㆍBLM) 단체 회원들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BLM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도주한 용의자 3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도 4일 아침 트럼프·바이든 지지 시위대가 각각 거리 행진을 벌였다. 행진 도중 시위대 일부가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고, 출동한 주 방위군에 의해 10명이 체포됐다. 일부 시위대는 총기와 화약 등으로 무장한 상태였다고 주 방위군은 밝혔다.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선 1000여명이 모여 트럼프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 트럼프 지지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져 여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뉴욕에서도 시위대가 길거리에 불을 지르고 상대편 지지자들을 향해 쓰레기와 달걀을 던지는 등 난동을 피우다 20여명이 체포됐다.

뉴욕경찰은 시위현장에서 회수했다면서 트위터를 통해 화약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뉴욕경찰은 'M80's'으로 알려진 이 화약류가 무기(weapon)라면서 "단순한 폭죽이 아니라 심각한 상해를 입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단하라" 개표소 난입한 시위대



트럼프 캠프가 4일 미시간 법원에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히면서 지지자들이 개표소를 습격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을 비롯해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세 곳에서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고, 위스콘신주에서는 재검표를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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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들이 4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개표소 앞에서 개표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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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의 성명이 나오자 일부 경합주에서는 지지자들 수백 명이 개표소를 포위하고 "개표를 중단하라"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시간주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개표가 진행 중인 디트로이트 TCF센터 건물로 들어가 개표소 문과 창문을 두드리며 항의했다. 직원들은 건물 출입구와 창문 등을 합판으로 막으며 시위대에 맞섰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네바다주에서도 80여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개표가 이뤄지고 있는 클락카운티 선거센터 밖에 모여 "표를 훔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일부에선 2000년 대선 당시 일어났던 '브룩스 브라더스' 폭동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브룩스 브라더스 사건은 당시 공화당 조지 부시와 민주당 앨 고어의 핵심 승부처였던 플로리다에서 벌어진 투표소 난입 시위다.

당시 공화당 지지자들이 재검표가 이뤄지던 투표소에 난입해 문을 부수는 등 소란을 피워 검표가 중단됐다. 당시 지지자들이 브룩스 브라더스 정장을 입었다고 해서 '브룩스 브라더스' 폭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트럼프타워 둘러싼 바이든 지지자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빼앗겼다"며 선거 결과 불복 입장을 내비치자 분노한 바이든 지지자들도 거리로 몰려나왔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대도시에서는 4일 "모든 표를 집계하라"는 팻말을 든 수백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고 CNN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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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국 시카고의 트럼프 타워 앞에 모인 시위대가 "모든 표를 집계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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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트럼프타워 앞에서도 12개 이상 단체에 소속된 수백명의 인파가 모여 "트럼프 아웃(OUT)!"을 외쳤다. 이들은 우편투표에 문제를 제기하는 트럼프를 비판하며 밤늦게까지 거리를 행진했다. 시위를 주최한 아미샤 파텔은 USA투데이에 "우리는 너무 많은 권리를 이미 (트럼프에게) 빼앗겼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의 모든 표는 계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의 격전지가 된 펜실베이니아에서도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근처에 수십명이 모여 우편투표를 끝까지 개표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 대선 당선자의 확정이 사상 유례없이 지연되면서 각 주정부도 시위 격화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거리 곳곳의 상점들도 폭동에 대비해 설치한 유리창 가림막을 그대로 둔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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