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낸 30대 여성 운전자는 혐의 인정
동승자 부인에 유족 측 "큰 슬픔, 재판부 현명한 판단 기대"
지난 9월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와 동승자의 첫 재판이 열린 5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동승자 A(오른쪽)씨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음주 운전자 B씨가 지난 9월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중부경찰서를 나서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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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새벽에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음주운전자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음주 운전을 부추긴 혐의로 기소된 동승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음주 운전자 30대 여성 "혐의 인정한다"며 흐느껴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 심리로 5일 열린 첫 재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기소 된 A(34·여)씨는 "공소사실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타난 A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판사의 물음에 답했다. A씨는 지난달 6일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이후 최근까지 구치소에서 9차례 반성문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동승자 40대 남성 "사고 당시 순간 기억 안나" 혐의 부인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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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교사 혐의로 함께 불구속기소 된 동승자 B(47)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B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큰 죄책감을 느끼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당시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A씨가 뒤늦게 합류한 뒤 호텔에서 술을 마신 기억은 있지만 (사고와 관련한) 중요한 순간은 피고인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음주운전 방조는 인정하지만 A씨가 어느 정도 술을 마셨는지 피고인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음주운전 교사죄를 적용하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윤창호법의 공범이 될 수 있는지 법률적으로 매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공판준비기일이 아닌 정식 심리기일이어서 A씨와 B씨 모두 법정에 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재판부는 B씨 측이 사고 당일 함께 술을 마신 A씨의 친구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을 받아들여 다음 재판에서 이들을 신문하기로 했다.
이들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8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유족 측 변호인 "동승자 범행 부인에 큰 슬픔…재판부 현명한 판단 기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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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이 끝난 뒤 B씨는 "피해자 유가족에게 사과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계속하고 있다"면서 허리를 굽혀 여러 차례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 변호인은 취재진에 "유가족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동승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것에 대해 매우 큰 슬픔과 분노에 빠져 있다"며 "유가족들은 이번 사건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또 "운전자나 동승자 가족 등을 만난 적은 없는 상황"이라며 "윤창호법 시행 이후 동승자도 공범으로 적용된 첫 사례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는?
(사진=이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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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9월 9일 0시 55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중앙선을 넘으면서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C(54)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운전한 벤츠 차량은 사고 당시 중앙선을 침범했고,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4%로 면허취소 기준(0.08%)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음주운전뿐만 아니라 중앙선을 넘어 사고를 냈다는 점에서 잘못이 무겁다고 판단돼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받았다.
B씨는 사고가 나기 전 A씨가 운전석에 탈 수 있게 리모트컨트롤러로 자신의 회사 법인 소유인 벤츠 차량의 문을 열어주는 등 사실상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를 받았다.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전날 오후 "반드시 귀가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B씨가 있던 술자리에 합류했으며 사고 직전에도 "대리기사가 찾아오기 쉬운 장소까지 이동하자"는 B씨의 말에 벤츠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단순히 방조한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추긴 것으로 판단하고 둘 모두에게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검찰이 음주운전 차량에 함께 탄 동승자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례는 B씨가 처음이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C씨의 딸이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며 낸 청와대 국민청원은 60만명 넘게 동의했다.
C씨의 딸은 청원 글에서 "아무리 실수여도 사람이 죽었고 제 가족은 한순간에 파탄났다"며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가해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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