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UV프린팅으로 점자 콘텐츠 확산… 시각 장애 벽 허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한글 점자와 관련한 유물 ‘훈맹정음’이 국가 공식문화재로 등재되고, 점자법이 제정되는 등의 변화가 잇따르면서 점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최근 점자 인쇄와 관련한 기술 발전까지 뒷받침되면서 점자를 통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및 인권 신장 측면에서도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점자의 날인 4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인쇄 기술의 발달로 점자 인쇄가 더 빠르고 간편해짐에 따라 점자 콘텐츠의 보급이 늘고 있다. 점자의 날은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가 훈맹정음의 발표를 기리기 위해 1926년 11월4일로 제정한 뒤 올해로 94회를 맞이했다.

기존의 점자 인쇄는 주로 종이에 구멍을 뚫거나 밀어 올리는 천공 방식이었다. 그러나 종이를 뚫지 않고 표면에 플라스틱 성분을 입혀 점자를 표현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UV(자외선)인쇄로, 종이 표면에 클리어토너를 입히고 그 위에 UV잉크로 점자를 인쇄하는 것이다.

UV인쇄는 현수막이나 자동차, 건물 등 옥외광고물 인쇄에 주로 쓰였다. 이러한 가운데 도서출판 점자는 2010년 후지제록스 등의 기업들이 출시한 클리어토너를 활용해 종이에 UV잉크(코팅액)를 잘 고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점자를 입히고 싶은 부분에 먼저 클리어토너를 바른 뒤 에폭시 성분의 UV잉크를 자외선으로 굳혀 점자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김동복 점자 대표(한국점자도서관장)는 “종이에 그냥 UV인쇄를 하게 되면 점자가 쉽게 떨어졌는데, 클리어토너를 통해 점자를 잘 고정할 수 있게 됐다”며 “원하는 모양대로 인쇄가 가능해져 문자뿐 아니라 지도나 그림 등 다양한 그래픽에 대해서도 점자인쇄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일반 인쇄 위에 점자를 입힌 묵점자 동화책. 한국후지제록스 제공


기존에는 시각장애인이 그림을 감상하고 싶어도 그림을 표현하기가 어려워 점자로 설명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직접 그림을 인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일반 인쇄물(묵자) 위에 점자를 입히는 것도 용이해져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묵점자 인쇄물의 보급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종이 외에 다양한 재질의 명패 등 활용 범위가 넓다는 것도 강점이다.

세계일보

한국후지제록스의 ‘이리데스 프로덕션 프레스’. 이 기기에 스페셜토너 중 클리어토너를 탑재해 안정적인 품질의 점자 인쇄물을 빠르게 출력할 수 있다. 한국후지제록스 제공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은 1990년 1만4618명에서 지난해 25만3055명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점자 콘텐츠 보급 및 제작 기술의 한계로 이들의 정보접근권 및 문화향유권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했다.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관련법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점자에 대한 별도 규정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클리어 토너를 활용해 점자를 추가로 인쇄한 달력. 한국후지제록스 제공


2018년 6월 시행된 점자법은 문자로서 점자의 지위를 정식으로 보장하고, 점자 콘텐츠 보급 및 확산에 대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지원 근거 등을 담았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점자법에 근거해 점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용환경 등을 조사하는 정부 실태조사가 내년에 처음 이뤄진다”며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점자 콘텐츠의 보급이 더욱 늘어날 것을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