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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대주주 10억원 유지…'동학개미'에 결국 기재부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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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일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요건을 ‘개별 회사 지분 기준 1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비난이 계속되자 고위 당정청 회의를 거쳐 '3억원 이상'으로 강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돌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 눈치를 보고 방향 수정에 나서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신념이나 원칙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정부가 ‘소득 하위 70%’를 주장하다가 결국 여론에 밀려 ‘전국민 지급’에 동의한 것처럼, 이번에도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끌려가는 행보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결정을 번복하는 과정에 시장과의 소통이나 정부의 자체적인 고민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원칙없는 오락가락 행보로 시장에 혼선만 더했다는 것이다. 시장의 우려에는 설득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강행 원칙’을 고수하다 반발 여론이 커지면 결정을 번복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조선비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홍 부총리가 제출한 사직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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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난 동학개미에 백기 든 정부…대주주 기준 10억원 결국 유지

‘대주주 요건 3억원’ 완화 논란은 지난 9월부터 점화됐다. 정부가 지난 2018년에 발표한 시행령 개정사항이라며 코로나19 위기 상황 등과 관계없이 완화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연말 기준으로 종목 당 3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을 팔아 수익을 낼 경우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했다.

개인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시장에서는 큰 반발이 일었다. 종목당 3억원을 보유한 사람 수가 아닌 보유금액을 기준으로 영향으로 볼 경우, 연말 대거 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주주 요건을 회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10조원 이상 쏟아져 시장이 흔들릴 위험까지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기준을 가족합산에서 개인합산으로 수정했지만 3억원이라는 기준은 고수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마땅히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대상자가 극히 일부에 불과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도 "전체 주식투자자의 1.5%만 해당한다"며 대주주 요건 완화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민 반발이 커지자 정치권도 재검토 요구에 동참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은 수정 요구가 잇따랐다. 홍 부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와 응답 기준인 참여인원 20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2개월이 넘는 공방이 이어진 결과 정부가 ‘대주주 기준 10억원’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미국 대선,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주식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당장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시장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락가락 정부…시장에는 혼란 가중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에도 정부는 재정 여력 등을 이유로 "소득 하위 70% 지급안"을 고수했지만, 결국 국민 여론과 당청에 밀려 전국민 지급으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이 같은 번복의 배경에는 시장과의 소통이나 정부의 자체적인 고민이나 신념의 반영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애초 대주주 요건 완화를 주장하면서 시장의 정당한 우려에는 "전체 1.5%만 해당하니 걱정말라"는 성의없는 설명으로 일관하며 설득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종국에는 강한 반대 여론에 밀려 스스로 주장했던 ‘정책의 일관성’이나 조세 원칙을 저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여론에 따라 입장을 쉽게 뒤집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신념이나 원칙이 아닌 이해관계자의 목소리 크기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책의 일관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정부가 당청의 입김에 입장을 바꾸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앞으로의 정책 집행에도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집행에 있어 일관성을 스스로 저버린다면 시장에서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국회가 결정한 정책이 언제든 이해관계자 목소리에 따라 후퇴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다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원칙과 신념, 방향성을 잃은 정책은 시장에 혼선만 야기할 뿐"이라면서 "정말 필요한 정책이라면 반발을 무릅쓰고 국민을 설득했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없이 강행하겠다고 고집만 부리다가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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