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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미 대선 코앞 분주 외교부…“‘차기 당선자’ 일본보다 빨리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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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판세 분석…정책 대응에 분주

현장선 문대통령-당선자 통화에 촉각

4년 전엔 일본 빠른 통화에 회담까지

대선 직후 강경화 장관 방미 일정 주목


한겨레

10월3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를 한 뒤 춤을 추고 있다. 버틀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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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46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정부도 긴장의 끈을 바짝 죄고 있다. 아직은 막판 판세 분석, 시나리오별 점검을 마무리하고 있지만 승패의 윤곽이 드러나는 순간 세계 최강대국인 차기 미국 대통령을 향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외교전의 막이 오르게 된다.

2일 외교부 안팎에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예단은 피하는 분위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추격세가 뚜렷한 데다 4년 전 ‘샤이 트럼프’ 유권자들이 불러온 대반전을 고려해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4년 전인 2016년엔 외교부 차관보가 주재하고 북미국에서 주관한 태스크포스(TF)에서 트럼프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점쳤다고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올해도 외교부는 8월부터 미 대선 대비 태스크포스를 꾸려 미 대선의 동향과 선거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 방침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4년 전보다 급을 높여 최종건 1차관이 회의를 주재하고 북미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양자경제외교국 등 한-미 관계에 관련이 있는 유관 부서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했다. 미국 내 공관에는 대선 담당관을 둬 본부와 화상으로 소통했다고 한다.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비롯해 한-미 전시작전권 전환, 방위비분담특별협정 등 굵직한 외교·안보 현안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 껴야 하고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외교도 다르지 않다.

미국의 46대 대통령 당선자와 ‘첫 단추’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된다. 그에 앞서 당선자에게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고 정부는 성명을 발표 하지만 이는 준비한 대로 띄우면 그만이어서 주목도가 높지 않다.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선자와의 전화 통화 시점이다. 알려진 대로 미국 대선은 주별 집계에 따라 결정돼, 최종 개표 완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관례상 선거의 향배가 갈리면 이뤄지는 패자의 인정 연설(concession speech)을 기점으로 당선자를 향한 외교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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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17일 오후(현지시각)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앞줄 왼쪽)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 단독 회담을 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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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발 빠르게 움직인 나라는 일본이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이튿날인 10일 오전 7시55분부터 20여분에 걸쳐 트럼프 당선자와 전화 회담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2시간 뒤인 오전 9시55분부터 10여분간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한국 대통령이 미 대통령 당선인과 한 전화 통화 중 가장 빨리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호주, 아일랜드, 이스라엘, 캐나다,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정상 등이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했지만, 순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외신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대통령과 말콤 턴불 호주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 가장 먼저 통화한 정상들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그 뒤였다. 아베 전 총리는 일주일 뒤인 17일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남을 약속해 외교가가 발칵 뒤집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는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까지 미국의 대통령은 현직 한 명뿐이라는 이른바 ‘원 프레시던시 룰’(One Presidency Rule)을 무시한 조처였다. 다른 나라들 입장에선 일본에게 선수를 빼았긴 꼴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반대에도 일본이 만남을 추진하면서 11월 아펙(APEC) 정상회의 계기로 논의되던 미-일 정상회담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임기를 마치고 귀국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면담을 추진하다가 오바마 행정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정부 당국자는 “지금 (담당국에서는) 적어도 일본보다는 빨리 통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추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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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0월31일(현지시각)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유세 현장에 마스크를 쓴 채 등장하고 있다. 디트로이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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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쪽과 접촉의 최일선에는 주미 한국대사관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는 기존 행정부 라인을 통해 협의가 이뤄지게 된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는 민주당 쪽 상원·하원 의원을 비롯해 보좌진들까지 라인을 총가동해 접촉을 시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선거 기간 바이든 캠프 쪽은 국외 인사들과 일체 접촉을 하지 않아, 당장 ‘아웃리치’는 민주당 외곽 인사를 비롯해 교민 유권자 단체 등 다방면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르면 다음 주께 이뤄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미국 방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10월 방한이 무산되면서 잡힌 것이지만, 미 대선 직후라는 ‘미묘한 시점’인 만큼 정부에서도 이를 활용할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자가 될 경우 어떤 형식으로든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직에 대한 예우에 벗어나지 않는 정도에서 민주당 쪽 인사들과 간담회 등을 통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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