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헌을 개정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당대표이던 시절 김상곤 혁신위에서 만든 무(無) 공천 원칙을 '책임정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5년 만에 뒤집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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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전당원 투표 86.64% 압도적 찬성…유효투표 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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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86.64%가 당헌 개정 및 재보선 공천에 찬성하고 13.36%가 반대했다고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2일 밝혔다. 지난 3월 비례연합정당 참여 투표 찬성율(74.1%) 보다 높은 수치다.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당원들을 상대로 한 투표인 만큼 찬성율이 높았지만 26.35%라는 저조한 투표율 탓에 여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비율로 따져보면 당원 10명 중 2명만이 찬성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당규 제38조 3항에는 '전당원투표는 전당원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한다'고 규정해 '무효'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에 최 수석대변인은 "이번 전당원 투표는 의결 절차가 아니라 당원들의 의지를 묻는 것"이라며 "압도적으로 당헌 개정을 통해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의지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단순 의견 수렴 절차이기에 유효투표수 조항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당 민주주의 제고와 당원의 권리 확대를 위해 2013년 도입된 전당원 투표가 명분 쌓기용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원 의사에 따르겠다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권자 선택으로 당의 선택에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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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당대표 시절 '무공천' 원칙 5년만에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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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당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자에게 거듭 사과를 한 뒤 "보궐선거 후보를 내려고 하는 것은 유권자 선택권을 존중해 드리는 게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선출로 가장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체제 때 김상곤 혁신위원회에서 마련한 ‘무공천’ 원칙은 5년 만에 폐기된다.
현행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현행 당헌에 '전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후보 공천의 길을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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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무위·중앙위 거쳐 의결…시장 후보군도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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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날 전당원 투표 결과를 최고위에 보고하고 당무위원회 의결을 완료했다. 다음날 중앙위원회를 거쳐 당헌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이어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 선거기획단 구성 등 선거 준비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재발 방지 등을 위한 노력으로 당내 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열고 성인지 교육을 강화해 성 비위·부정부패 문제 발생을 방지하기로 했다.
당헌 문제와 선거 절차가 정리됨에 따라 시장 후보군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 박주민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 장관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 사건으로 시정 공백이 생긴 만큼 여성 후보로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가 있다. 586그룹 대표 주자인 우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에서 “당원 투표에 따라 공천이 결정되면 서울시장 출마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다.
박주민 의원 역시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인 김부겸 전 의원을 3.5%p(포인트) 차이로 뒤쫒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박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한 이유도 서울시장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부산은 민주당의 약한고리인 만큼 전략적인 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민주당 지도부 중 한 의원은 "부산은 지난 총선부터 분위기가 민주당에 좋지 않아 당에서도 후보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당 내 여론조사 등을 통해 적합한 후보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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