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약속 후 돌발변수가 생겼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등 양대 원내정당이 조문을 한 반면 정의당은 “조문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종철 정의당 신임당대표(50) 인터뷰는 그 이유를 듣는 것부터 시작했다.
인터뷰는 10월 26일 국회 본관 정의당 대표실에서 진행했다.
10월 26일 국회 본관 정의당 대표실에서 김종철 정의당 신임 당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
-오늘(10월 26일) 오전 이건희 회장 조문 관련 발표한 입장을 봤습니다. 조문을 안 가기로 한 이유가 있습니까.
“조의를 표하는 논평은 냈습니다. 다만 삼성의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가 조문을 안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의 힘 있는 사람들은 조문을 갈 것이고, 특히 그 공(功)을 높게 쳐서 이야기할 겁니다. 우리는 그 과(過)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삼성과 관련해 돌아가시거나 피해받은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씨도 그렇고 돌아가신 반도체 노동자도 많습니다. 덧붙인다면 고 노회찬 의원도 삼성 문제로 의원직이 박탈되어 몇 년 동안 야인생활을 해야 했고, 저는 그게 결과적으로 고인의 죽음과 이어졌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는 좀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삼성이라는 회사가 아니라 이건희 회장 개인의 공도 있다고 봅니까.
“물론 이병철 선대회장에게 물려받기는 했지만, 국내 기업에 머물러 있던 걸 세계기업으로 키운 것은 당연히 공이죠. 특히 반도체 산업에 대해 먼저 파악하고 치고 나간 건, 현재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효자가 반도체이기 때문에 산업발전에 있어서는 나름의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과는 그 과정에서 일상화된 정경유착과 검찰관리 그리고 이제 이재용 부회장까지 이어지는 편법상속 위법행위도 문제죠.”
-불법승계 논란에는 현 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보십니까. 국정농단·불법승계 재판 와중의 피고인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만난 것은 부적절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당대표가 되셨습니다. 한국 진보정당 전체의 수장이 된 것인데,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이냐가 궁금하고요, ‘내가 당대표로 있는 동안 이것만은 반드시 이루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나 각오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일단 뒤의 질문 부분부터 답한다면 ‘제가 당대표로 있는 동안 정의당의 지지율을 두 자릿수로 올리겠다’, 이건 확고하고요. 꼭 저뿐 아니라, 예를 들어 2022년 지방선거에 나가는 후보들이 어느 정도 지지기반을 가질 수 있게 할 겁니다. 정책적으로는 좀 더 사회연대적인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증세 이야기를 꺼낸 것도 서민 증세와 함께 부유층 증세가 함께 가야 한다는 건데, 이런 게 사회연대적 성격이 있지 않습니까. 한쪽이 기여하고 다른 쪽이 받는 그런 사회연대가 아니라. 마찬가지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을 통합해서 좀 더 공평한 노후를 누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걸 총괄하면 사회연대적인 복지국가인데 정의당이 이런 담론을 더 많이 퍼뜨리고 싶습니다. 여기에 기본자산제와 같은 문제의식이 있어요. 여권에서 김두관 의원이 태어날 때 2000만원을 주자는 기본자산을 주장하는데, 이게 좀 더 파급력이 있으려면 한번에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세에 한 번, 30·40세에 한 번, 그리고 50세 이후로는 자녀들도 컸고 서서히 연금 쪽으로 넘어가니까, 이런 식으로 생애주기별로 배분해서 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에 대해 하나씩 물어보죠. 두 자릿수 지지율은 11~99%를 의미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세 자릿수 지지율은 불가능하기 때문에(웃음).”
-그런데 우리나라 선거제도가 승자독식제도입니다. 이론적으로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40%대를 받아도 떨어질 수 있어요.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치단체장이나 의석수입니다. 그리고 지방선거 전에 대선이 있습니다. 대선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도 관심 대상이 될 것이고…. 지방선거에서도 예를 들어 수도권 대도시에서 한 군데 이상은 수권하겠다, 이런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아닐까요.
“대선과 지자체 선거가 연이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남았으니 좀 더 고민해봐야겠죠. 궁극적으로는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1당 아니면 2당이 되기 위해서 3·4·5당이 다 희생해서 1·2당에 쓸려 들어가는 왜곡된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선이나 다른 선거에서 후보연합전술을 정의당은 원하지 않아도 그쪽, 구체적으로 현재 민주당 지지자들은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라잖아요.
“그렇죠. 단일화 압력이 있는 거죠.”
-이번에는 상관없이 그대로?
“네. 보궐선거는 당연히 그럴 겁니다. 대선도 마찬가지인데, 이번 보궐선거는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하는 겁니다. 오거돈 시장은 성추행 재판을 받고 있고 박원순 시장은 왜 그랬는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귀책사유는 민주당에 있고, 그런 의미에서 당헌 당규를 정확히 지켜달라 요청하는 겁니다. 뜬금없이 후보를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만든 당헌 당규를 지켜달라는 지적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우리는 서울·부산시장 다 후보를 내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합니다. 후보군도 많아요.”
-진보정당이 제기한 정책을 여권이 가져가는 경우가 과거에도 많았고, 앞으로도 없진 않을 것 같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이 단적이죠. 정부가 그 정책을 제대로 시행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의 주요원리로 거론했거든요. 기본자산제를 말씀하셨는데, 여권에서 제기한 김두관 의원도 잠재적인 대권주자이고,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지사가 내놓는 진보 어젠다도 과거 정의당이 주장했던 것과 유사한 것이 많습니다.
“국민을 위해서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무조건 정의당이 해야 한다, 우리 정책을 절대 뺏길 수 없다’, 그런 건 아니거든요. 어찌 보면 어떤 사람들은 (우리에게) ‘민주당 2중대’라고 하지만 정책적으로 보면 민주당이 정의당을 쫓아오는 역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정의당·진보진영의 정책 2중대 역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민주당이 지금 그걸 잘 안 지키는 거예요. 증세를 하겠다고, 법인세를 올리겠다고 하면서 3000억 이상 대기업에 대해서만 3%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없앴죠. 소득세 증세도 10억 이상 소득에 대해서만 최고세율을 적용하고 전반적인 증세를 안 했습니다. 다주택자 종부세도 주택문제가 심각하니까 올해 7월에서야 처음으로 다시 도입한 것이고, 민주당이 정의당 정책을 가져갔지만 실제로는 잘 안 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보수화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는데 자신들이 할 것처럼 이야기했어요. 산업안전법을 개정하겠다고 하는데 중대재해로 사망한 기업의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현장관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수정했더라고요. 지금보다 약간 더 강하게 하겠다는 건데…. 공정경제 3법도 내부에서는 후퇴하려는 조짐이 있고요. 복기를 해보면 민주당이 집권을 하고 있는 철학이 뭔지 묻고 싶습니다. 무엇을 위한 집권인가 물었을 때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재집권이 목표입니다. 즉 ‘우리가 집권하는 이유는 재집권하기 위해서다, 재집권에 도움이 된다면 보수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논란이 될 사안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 현재 ‘민주당 주류’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 듭니다. 사실 선거제도 문제도 그렇고 이 사안을 가장 깊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 역설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인데, 문제는 대통령 퇴임 후의 민주당이 더 보수 쪽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그래서 정의당은 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거죠.”
-‘더 강하게’라면 민주당 비판을 한다는 이야기인가요.
“비판할 것은 확실히 비판하고, 특히 제가 금기를 건드리자고 이야기했잖습니까. 연금통합이나 증세, 노동개혁과 관련해서 민주당이 반대하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오히려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전혀 말을 안 해요. 알고 지내던 분들이 ‘아예, 응원합니다. 용감하게 발언하셨네요’라고 인사하지만 바꿀 의지가 없어요. 저는 책임을 안 지려는 것이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래서 향후 민주당 정권에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의당이 더 강하게 치고 나가려는 겁니다.”
-열린민주당과 같은 소위 친문, 문재인 지지 그룹은 그런 인식에 동의할 것 같진 않은데요.
“그건 그분들의 선택이죠. 제가 볼 때는 그분들 내부의 전문가 그룹도 있고, 나름의 성실한 내용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큰 틀에서 정체성은 민주당보다 더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흐름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새로운 것을 낸다면 모르지만, 그냥 크게 의미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대표께서는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으로 이어지는 입장이었습니다. 사실 정의당의 원류를 보면 또 하나의 뿌리가 참여정부 당시에 노무현 개혁을 지켜야 한다는 참여당계잖습니까. 거꾸로 나중 시점이 된다면 저런 분들이 들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정의당에 계시는 분들은 민주당과 차별화된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민주당이 더 낫다고 생각했으면 진즉 가셨겠죠.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당은 민주당보다 정의당이 좋다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박용진 의원이나 박주민·강병원 의원과 같이 진보(정당)운동의 길을 걷다가 민주당을 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자기 뜻을 펼치기 위해 갔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대해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거기 가서 잘하냐 못하냐, 거기 가서 진보적인 입장을 갖느냐 가지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박용진·박주민은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고요. 다만 저는 정치는 정치세력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진보정치의 뜻을 펴려면 당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당의 흐름과 정치인들의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그건 녹록지 않을 거예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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