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학교·성당…프랑스 테러의 시작은 '5년전 만평'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9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니스의 성당 안팍에서 흉기 테러가 일어났다.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인파. /AFPBBNews=뉴스1

언론사에서 중학교, 성당으로…. 프랑스가 최근 한달 사이 3번의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표현의 자유냐, 종교 모욕이냐의 갈등 한 가운데 선 것이다. 유럽은 프랑스와 연대해 테러 행위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슬람권 국가들은 프랑스가 신성모독을 하고 있다고 맞서면서 이 문제가 국제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프랑스에서 최근 발생한 테러는 지난 9월 한 만평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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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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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지난달 1일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게재했던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 재발행을 결정한다. 다음날이 당시 테러 사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2015년 이 주간지는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게재했다가 테러 공격의 표적이 됐다. 당시 샤를리 에브도 사옥에 괴한 2명이 침입해 '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며 12명을 총기로 살해했다.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프랑스 전역에서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시위대가 거리를 메우며 '내가 샤를리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에선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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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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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프랑스 수사당국의 긴 수사 끝에 지난달 2일 사건 첫 재판이 열렸다. 5년전 테러 공격을 도운 혐의를 받는 14명의 재판이었다.샤를리 에브도는 과거에 실었던 만평을 다시 담은 특별판을 발간했다. 평소 발행부수보다 2~3배 많은 양이 발행됐지만 이날 모두 품절됐다.

만평에는 무함마드가 도화선이 튀어나온 폭탄 모양의 터번을 쓴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를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당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통령은 기자나 언론사의 편집권을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 우리는 언론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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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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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샤를리 에브도 옛 사무실 근처에서는 흉기 난동이 일어나 2명이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파키스탄 출신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범인이었다. 그는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실은 샤를리 에브도에 복수하겠다며 옛 사옥을 찾아갔다가 근처에 보이는 다른 이들을 공격했다.

범인은 샤를리 에브도가 사무실을 옮긴 것을 모른채 이곳에 불을 지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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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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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BBNews=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에 칼을 빼들었다.

그는 이날 파리 교외의 대규모 이민자 거주지역인 레 뮈로를 찾아 "이슬람 극단주의로 인해 이슬람은 전세계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자신들의 법과 규칙만을 우선시하면서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하며, 스포츠나 문화에 까지 프랑스의 가치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더이상 양보는 없다"면서 1905년 제정된 교회와 정치를 분리하는 정교분리법을 강화하는 법안을 오는 12월 내놓겠다고 밝혔다. 학교 수업 등에 이슬람교가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막겠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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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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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이날은 중학교 수업시간에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기 위해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보여준 역사교사가 잔혹하게 참수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용의자는 체첸 출신 18세 청년으로 그 역시 사건 현장에서 '신은 가장 위대하다'는 말을 외쳤다. 용의자는 SNS에서 해당 수업에 관해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를 접촉한 뒤, 교사 사뮤엘 프티(47)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이튿날 프랑스에서는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내가 사뮤엘이다'를 외치는 반발 시위가 일어났다. 레퓌블리크 광장은 2015년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분노한 이들의 집회가 열렸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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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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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는 교사 참수 테러에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폐쇄까지 하는 강경 조치를 내놨다. SNS를 통해 교사 프티를 비난하는 영상을 공유했던 파리 북동부 교외 팡탱에 위치한 한 이슬람 사원은 6개월간의 폐쇄 조치를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파리 외곽 보비니에서 반이슬람단체와 만난 뒤 이번 교사 참수 사건에 이슬람단체 '셰이크 야신'이 연루됐다면서 이 단체를 해산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단체를 만든 인물 역시 유튜브에서 숨진 프티를 모욕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수업시간 중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기 위해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참수를 당한 역사교사 사뮤엘 파티의 장례식에 참석한 마크롱 대통령.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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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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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소르본대학에서 프티의 장례식이 열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티를 향해 프랑스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킨 "조용한 영웅이었다"면서 "우리는 풍자 만평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티가 살해 당한 이유를 두고 "이슬람주의자들이 우리의 미래를 원했기 때문이며, 그들은 절대로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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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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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극단적인 무슬림을 둘러싼 갈등이 국제사회로 번지기 시작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비난했고, 이날 이슬람 주요 국가들에서 프랑스산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6일에는 유럽 지도자들을 향해 '나치', '파시스트' 같다는 독설을 날렸다.

이란을 비롯한 이슬람 주요국가들도 프랑스 비난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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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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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조롱하는 만평을 싣는다. 이 만평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흰색 속옷을 입고 소파에 앉은채 한 손엔 맥주를, 다른 한 손으로 술 시중을 드는 여성의 치마를 들어올리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교를 모욕했다고 비판했지만 사생활은 문란하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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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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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니스의 노트르담 성당 안팍에서 29일 흉기 테러가 발생했다. /AFPBBNews=뉴스1

프랑스 남부 니스의 노트르담 성당 안팍에서 흉기 테러가 발생해 3명이 사망했다.

용의자는 튀니지 출신의 21세 남성. 그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도 '신은 가장 위대하다'고 외쳤다. 특히 피해자 중 한 명이 참수를 당하며 프랑스가 발칵 뒤집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다시 한번 프랑스가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절대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니스 테러가 발생한 직후엔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랑스 영사관에서 직원이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기도 했다. 프랑스에 대한 공격이 해외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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