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진경준 전 검사장,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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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스폰서 관계가 2020년 지금 검찰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2심 재판부가 그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하며 던진 질문이다.
29일 김 전 차관의 2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역대 ‘스폰서 검사’ 사건을 김 전 차관 사건과 비교하면서 김 전 차관을 처벌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2심은 김 전 차관이 부동산 시행사 대표 최모씨에게 43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을 유죄로 인정했다.
먼저 법원은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을 예로 들었다. 진 전 검사장은 김정주 NXC 대표에게 넥슨의 공짜 주식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친구 사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즉 검사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 측은 재판 과정에서 진 전 검사장 사건을 예로 들며 본인도 최씨와 친구이므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만나 20년 넘게 친하게 지낸 사이였는데, 김 전 차관 또한 최씨를 경기고 동문 모임에서 처음 만나 친하게 지낸 사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학의 사건과 진경준 사건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가 고등학생 시절 처음 알게 된 ‘친구 사이’가 명백했던 반면, 김 전 차관과 최씨는 사회인이 돼서 알게 된 ‘스폰서 관계’에 가깝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학의와 최씨는 35세 내지 36세 나이에 처음 만났다”며 “김학의와 최씨가 가까워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최씨가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학의가 사건 진행 상황을 알아봐주는 등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경향신문 자료사진 |
법원은 검사가 연루된 뇌물수수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핵심적인 기준은 뇌물공여자에게 ‘형사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라고 봤다. 뇌물수수자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그런 측면에서 김학의 사건은 김광준 검사 사건과 유사하다고 봤다.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는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등에게 10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는데, 재판부는 그 중에서도 그가 대구지검 포항지청 부장검사 시절 지역 중소기업 대표 이모씨에게 뇌물을 받은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씨는 2005년경 초등학교 후배인 김 전 검사를 소개받았고, 이씨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된 이후부터(2007년~2012년) 진 검사장에게 10회에 걸쳐서 4800만원을 줬다.
이는 김 전 차관 사건의 구조와 같다. 최씨 역시 고교 동문 모임을 통해 김 전 차관을 알게 됐으나 뇌물공여 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된 이후부터(2000년~2011년) 김 전 차관에게 법인카드, 상품권 등을 주면서 그를 ‘관리’했기 때문이다. 반면 진경준 사건의 경우, 금품을 준 기간 전후로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청탁할 만한 형사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돼 무죄가 선고됐다.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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