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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라임·옵티머스 사태

옵티머스·라임...펀드 수난시대, ‘신탁’에 눈돌리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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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시대 성장성 높아

1년새 수탁액 8% 늘어 509조

이달에만 신상품 6개 쏟아져

당국도 제도 개선 용역 돌입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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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신탁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부터 라임·옵티머스에 이르기까지 펀드 판매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비이자 수익은 계속 늘려야 해 새로운 신탁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도 신탁을 미래의 유망한 금융산업의 한 축으로 보고 이르면 내년 초 전면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은행의 신탁 수탁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현재 509조7,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7조 5,000억원(8%)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주가연계신탁(ELT)은 금융당국의 총량규제로 지난해 8월 44조3,561억원에서 37조580억원으로 16.5% 쪼그라들었지만 퇴직연금신탁이 124조5,142억원으로 14.9% 늘어나고 부동산담보신탁도 50조8,271억원으로 14.2% 증가해 전체 수탁액이 불어났다.

은행권에서는 이달 들어 신상품이 쏟아졌다. KB국민은행은 고객 가입 시점부터 병에 걸렸을 경우 사망 시까지 자산을 관리해주는 ‘내생애신탁’을 지난 26일 출시했다. 살아 있을 때는 특정금전신탁으로 재산을 굴려주고 병석에 누웠을 경우 생활비·의료비를 지급하며 사후에는 상속 업무를 대행해주는 종합재산신탁이다. 최소 가입금액은 3억원으로 가입 시 재산상황·가족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상속·증여 컨설팅을 해준다.

신한은행도 비대면으로 신탁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20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애플리케이션 ‘쏠(SOL)’에서 영상통화를 통해 가입할 수 있으며 창구에서 가입하는 것보다 수수료 0.2%포인트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 역시 5일 ‘사전증여신탁’을 출시했다. 공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해 금전을 증여하고, 이를 장기투자해 자녀의 재산 기반을 마련해주는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금 현물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 KRX골드’를, 기업은행은 사후에 상조회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IBK안심 상조신탁’을 선보였으며 BNK경남은행도 이달 말까지 신탁에 가입하면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신탁이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 고객이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사에 돈이나 예금·부동산·주식·채권을 맡기면 금융사가 운용·관리·처분해주는 종합·장기 자산관리 서비스다. 은행은 사상 최저금리로 예금을 받고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늘리는 데 한계에 도달해 비이자 이익을 늘리기 위해 신탁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경우 신탁이 각광을 받아 우리도 이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는 예측도 은행이 신탁을 강화하는 배경이다. 일본은 돈 많은 고령층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욕구와 기업들의 유휴부동산, 금융자산 관리 수요가 증가해 신탁시장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일본 신탁시장 수탁액은 1,250조엔(1경3,555조원)으로 1경원이 넘는다. 2009년 이후 연평균 4.2%씩 성장하며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2배에 달했다. 우리 금융사 전체의 신탁 수탁액은 약 969조원으로 GDP의 50%에 불과해 일본을 고려하면 성장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

금융당국도 신탁업 제도 개선에 나섰다.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12월 말 나올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구체적 방안이 빠르면 내년 초 업무계획에 담길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독자적인 신탁업법이 제정돼 맡길 수 있는 재산의 범위도 현재의 돈·부동산 등 ‘적극적 재산’에서 자산에 결합된 부채 등 ‘소극적 재산’과 담보권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은 자본금으로도 신탁업을 할 수 있게 진입장벽을 낮추고 재신탁도 허용해 금융사가 재산을 수탁받아 전문신탁사에 운용을 위탁하는 길도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태규·이지윤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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