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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유명희 크게 밀렸다? 정부가 "일방적 주장" 일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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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靑 "아직 절차 남았다"…컨센서스 지속-자진사퇴 저울질 계속될듯

머니투데이

(AFP=뉴스1) 이동원 기자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오른쪽) 후보.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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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출과 관련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크게 뒤진 것으로 알려진 선호도 조사 결과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역전이 쉽지 않은 상황은 분명해서 '승복' 역시 선택지에 올려두고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소집된 WTO 회원국 대사급 회의에서, 데이비드 워커(뉴질랜드 대사)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신임 사무총장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은행 전무가 유 본부장 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했다.

BBC는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총 163개국 중 104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유 본부장은 약 60개국으로부터 '선호한다'는 답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 정부가 '경합 열세'를 예상해온 것에 비해 차이가 크다. 워커 의장은 오콘조이웨알라 전무에게 WTO를 이끌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본부장에 대한 사실상의 자진사퇴 권유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컨센서스 과정'까지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WTO 사무총장 선출은 단순 투표로 정해지는 방식이 아니다. 각국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WTO 회원국들이 한 명의 후보를 정하는 컨센서스 과정을 거친 후 '만장일치' 형식으로 사무총장을 뽑는다.

정부는 일단 BBC 보도를 통해 나온 선호도 격차의 의미를 축소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9일 "WTO 선거 절차상 선호도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나이지리아의 구체적인 득표수가 언급된 내외신 일부 보도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나이지리아 측에서 추정치를 내놓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런 (일방적인) 보도를 바탕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서는 예단해서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는 취지의 말들이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선호도 조사 결과가 곧 결론은 아니다"며 "아직 특별 이사회 등의 공식 절차가 남았다"고 힘을 줬다. 외교부 관계자는 향후 대응 방침과 관련해 "내부 검토 중"이라면서도 "다음달 9일 WTO 일반 이사회가 개최된다고 하니, 그 일정과 절차에 따라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거는 것은 미국의 지지다. 이번 WTO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원을 해온 미국은, 선호도 조사가 끝난 이후에는 아예 오콘조이웨알라 전무에 대한 비토 의사를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공식성명을 내고 "미국은 유 본부장을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선출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팔을 걷었기에 우리 정부가 발을 빼기에 애매한 상황이 된 측면도 있다.

미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WTO 환경을 위해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WTO 내 영향력 강화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중이다. 미국은 유 본부장 지지를 발표하면서 Δ25년 간 다자 관세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 Δ기본적인 투명성 의무를 지키는 회원국이 너무 적은 점 등을 거론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미국이 완고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유럽 등 국가들이 유 본부장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유 본부장이 자진사퇴하는 시나리오까지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호도 조사에서 밀렸기에, 명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미국이 우리 측을 지원하고 있다지만, WTO 사무총장을 놓고 대립 분위기가 과열되는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이미 미국이 WTO를 흔드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중이다.

다음달 초 중에 역전이 어렵다는 판단이 설 경우 유 본부장이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오콘조이웨알라 전무가 단수후보로 남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반대로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낼 경우, WTO 사무총장의 임기를 두 후보가 절반씩 나눠서 수행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다만 11월3일로 예정된 대선 이후에도 미국이 현재와 같은 기조를 유지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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