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향후 대응 아직 미정, 종합적 판단할 것"
대중 견제 차원의 미국 지지 표명, '좋은 일' 아니다는 지적도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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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후보로 나선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가 미국의 '공개 지지'로 인해 묘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는 일면 기대감 속에서도 관련 상황을 29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현지시간으로 28일 유 본부장을 공식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WTO가 유 본부장과 경쟁하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유 본부장에 대한 회원국의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다.
WTO는 164개 회원국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유 본부장에 앞선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관례에 따라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104대 60 정도로 유 본부장의 열세를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공개 지지' 선언은 그간 WTO 사무총장 선거의 관례를 깨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관례란 WTO의 선호도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열세인 후보가 사퇴하며 한 명의 후보를 '추대'하는 방식으로 사무총장을 선출해 온 것을 말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이어 온 중국과의 무역 전쟁 과정에서 WTO가 중국의 편을 들고 있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 왔다. WTO의 '탈퇴'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WTO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며 무역 전쟁의 판을 뒤집어 보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미국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아주 명확하진 않지만, 유 본부장의 선출이라는 '뒤집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WTO는 사무총장 선출에 있어 모든 회원국의 의견일치(컨센서스)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선호도 조사 결과가 즉각 선출 여부와 직결되진 않는다.
또 미국의 국제사회 영향력을 감안하면, 미국이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원 사격을 진행한다면 유 본부장이 선출될 여지는 남아 있다.
정부 역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선출 이후 또 하나의 '외교 치적'으로 기록될 수 있는 이번 선거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미국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어떤 '룰'을 지킨다기보다 대중 견제 차원에서 유 본부장을 지지하고 나선 의도가 짙은 만큼, 유 본부장이 선출된다면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WTO의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WTO에 대한 '개혁'을 주장하고 이를 토대로 선거 유세를 진행해 온 유 본부장이 '최대 주주' 중 하나인 미국의 지지를 통해 '판을 뒤집는' 모양새로 사무총장에 선출되는 것에도 정부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일본의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선출된다면 향후 국제 분쟁에서 우리 측이 떠안게 될 부담에 대한 염려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정부는 다각적 차원에서 이번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회원국들의 입장, 기대, 또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존중하며 종합적 판단을 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WTO는 내달 9일 특별 일반이사회를 열어 사무총장 선출자를 최종 승인하게 된다. 이때까지 회원국 간 컨센서스를 통해 최종 선출자를 결정하게 된다. 유 본부장이 11월 9일 이전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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