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WTO 대역전극 노리는 유명희…美 "나이지리아 후보 지지안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머니투데이

[인천공항=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특별 일반이사회 참석을 위해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7.11. pak7130@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the300]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출에 있어서 대역전극을 노린다. 미국의 지지가 최후의 보루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소집된 WTO 회원국 대사급 회의에서, 데이비드 워커(뉴질랜드 대사)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신임 사무총장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은행 전무가 유 본부장 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했다.

일단 WTO 사무총장 선출은 단순 투표로 정해지는 방식이 아니다. 각국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WTO 회원국들이 한 명의 후보를 정하는 컨센서스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만장일치' 형식으로 사무총장을 뽑게 된다.

정부는 유 본부장이 선호도 조사에서 밀렸지만, 당장 사퇴할 것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부와 산업부는 "워커 의장은 향후 전체 회원국의 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합의한 후보를 11월9일 개최되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이 컨센서스 도출 과정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상황은 유 본부장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외신은 WTO가 오콘조이웨알라 전무에게 WTO를 이끌 것을 사실상 제안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표 차이가 상당했다는 의미다. 총 163개 회원국 중 100개국이 넘는 지지를 오콘조이웨알라 전무가 확보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유 본부장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거는 것은 미국의 지지다. 미국의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가 유 본부장에 대한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WTO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이 강력하게 유 본부장을 밀어준다면 역전승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선호도 조사 직후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컨센서스 과정에서 미국이 앞장서서 설득에 나설 경우 대역전극도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11월3일로 예정된 대선 이후에도 미국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EU(유럽연합)와 일본이 오콘조이웨알라 전무를 택한 가운데, 중국 역시 유 본부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 전무가 실제로 100개국이 넘는 지지를 받았다면, 미국의 지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WTO 사무총장 선출 시한은 다음달 7일 까지다. 다음달 초 중에 역전이 어렵다는 판단이 설 경우 유 본부장이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오콘조이웨알라 전무가 단수후보로 남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미국과 손잡고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낼 경우, WTO 사무총장의 임기를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웨알라 전무가 절반씩 나눠서 수행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등극이 좌절되더라도, '졌지만 잘 싸웠다'에 가깝다는 평가다. 애초에 국제적 인지도가 부족했던 유 본부장이 '파이널 5'를 거쳐 결선까지 진출할 것이라 예상했던 이가 적었기 때문이다. 유 본부장이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 외교의 높아진 위상 덕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한 달 동안 14개국 정상과 통화를 하며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50여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8일 오전에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전화통화를 하며 WTO 사무총장 선출과 관련한 지원 협의를 가졌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