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2심 재판부 “건설업자 최씨가 경제적 이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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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4)의 뇌물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 것에는 검사의 스폰서 관행을 단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은 별장 성접대 의혹 제기 6년 만인 지난해 6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에 섰다. 김 전 차관은 앞서 2013년과 2014년 성접대 피해 여성에 대한 특수강간 혐의로 두 차례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지난해 5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했고, 세 번째 수사를 거쳐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3차례 성접대와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1심은 공소시효(10년)가 지났거나 증거가 부족해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늑장 수사·기소로 김 전 차관이 처벌을 피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도 28일 윤씨에게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에는 1심처럼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건설 시행사 대표 최모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했다. 1심도 김 전 차관이 최씨에게 금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직무에 관한 대가’로서 금품을 받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이 최씨에게 금품을 수수한 기간(2000~2011년)에 최씨가 검사에게 청탁을 부탁할 정도의 형사사건이 없었다는 것이다.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무에 대한 대가로 이익을 수수했는지가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2심은 최씨가 1998년 건설 사업과 관련해 다른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특수부 검사에게 조사 받은 경험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최씨가 이 사건으로 1999년 유죄를 확정받은 이후(2000년)부터 김 전 차관에게 법인카드, 상품권 등을 주면서 그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최씨는 과거 사업 관련 검찰 특수부 조사를 거쳐 형사처벌을 받았고 다시 특수부 조사를 받을 경우를 대비해 김 전 차관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며 “김 전 차관 역시 최씨가 특수부 검사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임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며 이번 판결의 의미가 ‘검찰의 스폰서 관행’ 단죄에 있음을 시사했다. 정 재판장은 “이 사건은 10년 전 뇌물수수 행위 단죄에 그치지 않는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왔던 검사와 스폰서 관계가 2020년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은 단순히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을 넘어, 그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검사와 스폰서 관계를 형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것”이라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검사와 스폰서 관계에 대해 면죄부를 주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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