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태움' 해법 모색 목표 달성 못해
의협 "28일까지 국시해법 없으면 정부 책임"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2022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 보건의료체계 개편 관련 노사정 합의가 불발되자 공익위원의 권고문만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강제력은 없지만, 향후 정부ㆍ여당의 입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경사노위 산하 보건의료위원회는 27일 보건의료인력 양성ㆍ배치 및 활용, 적정보상 및 고용친화적 노동환경 조성 방안을 골자로 한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제 마련을 위한 보건의료위원회 공익위원 권고문’을 발표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보건의료위원회 공익위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권고문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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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문은 △인구 1,000명당 2.4명인 임상의사 수를 2040년까지 3.5명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인구 1,000명 당 3.8명인 임상간호사 수를 2030년까지 7.0명 이상 되도록 2022년부터 간호대 정원을 늘리라고 권고했다. 목표로 설정한 의사ㆍ간호사 수는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이다.
나아가 △법정 근로시간 준수여부 관리ㆍ감독 △ 연장근로 최소화해 장시간 노동 개선 △의료인의 모성보호 휴가ㆍ휴직 제도 사용 활성화를 위해 대체인력 확보 △건강보험 수가와 의료인의 노동환경ㆍ처우개선 연동방안 마련 △의료계 동일노동ㆍ임금 보장 방안 등을 권고했다.
전국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들이 기존의 입장을 바꿔 국가고시 응시 의사를 표시한 지난달 24일 자양동에 위치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관계자가 출입구를 관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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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보건의료위원회는 보건의료인력 부족과 지역적 불균등 분포 등 문제에 대한 노사정 3자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31일 발족했다. 중증응급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는 현실, 간호사들 사이 만연한 ‘태움’ 등 직장내 괴롭힘의 원인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이에 위원회는 지난 1년간 13차례의 전체회의 및 수차례의 비공식 협의를 진행해 8월 13일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다. 이날 발표한 권고문도 이 초안에 기반한 내용이다. 하지만 위원회가 최종 조율을 앞둔 순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와 이에 따른 의사 집단행동이 이어지면서 노사정 합의에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특히 이 과정에서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기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며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위원회는 “의사 집단행동 이후 정부-의사협회간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정부·경영계 위원 등은 모두 이를 우선시했다”며 “경사노위는 대통령 소속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들이 논의에 참여하게 할 수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장인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보건의료분야 인력의 양성과 배치개선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고 늦출 수 없는 중대한 과제”라며 “이번 권고문에서 확인한 기본적 방향에 따라 이해당사자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는 이날 의대생 국시 재응시 문제에 대해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오후 보건복지부와 간담회를 갖고 대화를 나눴으나 의정 양측은 국시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의협은 입장문에서 "정부가 28일까지 (국시)문제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정부의 해결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시 재응시에 대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시 의료계가 단체행동을 벌일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세종=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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