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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라는 기업 무너지면 우리나라 엄청 큰 타격”… ‘상속세 폐지’ 청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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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라는 기업 무너지면 우리나라 엄청 큰 타격”… ‘상속세 폐지’ 청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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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 “재산 18조 중에 10조를 상속세로 가져가려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 / 상속세 총액 10조원대 추정… 이 회장 와병 6년간 배당금은 2.8조대로 3.4배 커져 / 정치권 일각 “상속세율 재검토해야” 주장도 나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EPA=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EPA=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후 ‘상속세’에 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그의 재산에 부과되는 상속세가 사상 최대인 10조원 이상으로 관측되면서 ‘삼성의 상속세를 없애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와 있다.

청원인은 “우리나라를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끌고 도와주신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셨다”며 “그런데 재산 18조 중에 10조를 상속세로 가져가려한다. 이게 말이나 되느냐”라고 했다.

이어 “삼성이라는 기업 무너지면 우리나라 엄청 큰 타격이 올 것”이라며 “그 18조라는 돈 세금 다 내가면서 번 돈”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어떤 나라가 세금을 두 번씩이나 떼어가나. 제발 삼성도 생각해달라”라며 “삼성은 우리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우리나라는 삼성을 위해 이런것도 못해주냐”고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 18조2251억원이며, 상속세 총액은 10조6000억여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수 일가가 상장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총 2조77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금은 2014년 2221억원에서 2019년 7501억원으로 증가했다. 5년 새 3.4배 커졌다. 삼성전자가 2018년부터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배당을 늘리면서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배당금 규모가 클수록 상속재산이 커지면서 상속세도 늘어나지만,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를 통해 상속세에 대비한 현금 재원 확보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역시 삼성 상속제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상속세율에 대한 합리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나 전 의원은 “쟁쟁한 해외 선진국을 가더라도 삼성이란 브랜드가 우리 국민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주지 않았나”라며 “부고 소식에 서둘러 ‘상속세 똑바로 내라’는 엄포부터 내놓는 정치권이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캐나다, 호주, 스웨덴과 같은 나라는 상속세를 폐지했고 주요 유럽 국가들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은 “대한민국의 상속세율, 과연 생산적인 가업승계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국내기업 보호에 있어 올바른 수준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 저격수’로도 불리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서 더 이상 꼼수, 편법은 안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대의 재산이야말로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불로소득의 전형”이라며 “상속세 혹은 개별소득세는 사회적 기준과 정치적 함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상속세율이) 70%가 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삼성그룹 경영의 핵심은 삼성전자를 누가 얼마나 장악하느냐”라며 “상속세 때문에 제가 이 부회장 입장이면 아직 좀 아슬아슬하다, 이런 느낌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부담이 있어서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해 나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일각에서 ‘상속세율 완화’에 관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비공개 회의에서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가능하냐”며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이날 전해지기도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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