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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라임 판매사 CEO에 '관리소홀' 책임 문 금감원… 직원은 룸살롱서 검사계획서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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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검사역이 라임자산운용 검사계획서를 한 룸살롱에서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계획서는 같은 룸살롱 옆방에 있던 라임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46)씨에게 건너갔다. 금감원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검사역은 ‘감봉’ 조치를 받는 데 그쳤다. 금감원이 최근 라임 펀드 판매사 대표들에게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린 것과 대비된다.

조선비즈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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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김씨로부터 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금감원에서 청와대에 파견됐던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8월 21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룸살롱에서 금감원 검사역 후배들과 술을 마셨다. 이곳은 김씨가 옥중 편지에서 작년 7월 현직 검사 3명을 접대했다고 주장한 곳이다.

그중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 소속 검사역 한 명이 김 전 행정관에게 라임 검사계획서를 넘겼고, 이 계획서는 룸살롱 옆방에 있던 김씨에게로 넘어갔다. 이 계획서에는 직무상 비밀인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검사계획과 주요 검사사항 등이 기재돼 있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4월 이 룸살롱을 압수수색해 검사계획서가 건너간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조사역은 검사 계획서를 유출한 것 뿐만 아니라, 김씨에게 향응 접대를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김씨가 검사 계획서를 본 뒤 이날 나온 김 전 행정관 일행의 술값 650만원을 대신 결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사역은 감봉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한 책임은 있지만, 접대 행위는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김씨 등 외부 인사가 직접 데려간 것이 아닌 ‘선배 직원’이 데려갔다는 점에서 이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검사계획서를 검사 대상자에게, 그것도 룸살롱에서 유출했다는 것은 금감원의 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라며 "그런 금감원이 라임 관련 금융사에게 징계를 내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라임 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003540)등 증권사 3곳 대표들에게 '직무정지' 수준의 중징계를 통보했다. 관행을 감안할 때 이는 조직을 떠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그러면서 정작 금감원 직원에겐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제 식구 감싸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7년에도 자신이 감독을 맡고 있던 보험사 직원들에게 수천만원을 빌린 금감원 직원들이 적발됐지만, 이들은 각각 정직 1개월과 감봉 6개월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주식투자 규정을 위반한 금감원 직원들이 징계위원회 개최 없이 경고 등의 조치만 받아 금감원의 자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금감원의 감독 실패와 내부 부패가 사모펀드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까지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금감원은 인력 부족 등 구조적 한계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모펀드 감독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자 "금감원이 갖고 있는 인력과 수단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금감원이라는) 칼이 그렇게 날카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 통제로부터 벗어나야 독립적인 감독 집행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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