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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그룹 총수는 이미 이재용 부회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의 총수는 이미 이 부회장이다. 2018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규제를 받는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하면서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을 고(故)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당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기존 동일인이 지분 요건 내지는 지배력 요건을 충분히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전자 사옥. 25일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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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이 회장의 와병 후 이 부회장의 결정에 따라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미래전략실 해체 같은 중대한 조직 변화가 있었고 ▶2018년 2월 고등법원 판결에서 이 부회장을 삼성그룹의 사실상 총수라고 규정했으며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이 부회장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 판단처럼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는 삼성물산이다.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 구조는 더 공고해졌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17.33%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55%),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55%), 고 이 회장(2.88%) 등 가족 주식까지 합쳐 이 부회장 일가 소유의 삼성물산 지분은 33.4%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출국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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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삼성물산…합병 재판 결과 변수
그런데 이 지배구조 고리마다 큰 변수가 자리한다. 일단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의 법 위반 여부를 가릴 재판이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9월 2일 검찰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고 결론 내고,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검찰은 삼성물산 주식은 없고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있을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 부회장의 거취는 물론 합병에 따른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에도 큰 변수가 있다.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지난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의 자산 비율을 산정할 때 주식 ‘취득 당시 가격’이 아닌 ‘현재 시장 가격’으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처음 갖게 됐을 때(취득) 가격이 아닌 지금의 시가총액으로 기준이 달라진다면 당연히 ‘3%룰’에 걸리게 된다. 손실 위험을 줄이는 차원에서 보험사는 총자산 3% 이내로만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삼성 깃발.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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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삼성전자…보험업법 개정 변수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5% 가운데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19대,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개정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21대 국회는 다르다. 거대 여당이 밀어붙이면 통과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끊어질 수도 있다. 이 구도를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바꾸려면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인적 분할,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싸고 다양한 전망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016년 삼성이 추진했다가 접었던 지주회사 전환 등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법령 검토, 관련 조직 재편, 다른 주주 반발 등 따져야 할 부분이 하나둘이 아니다.
결국 가장 큰 관건은 재원이다. 지주회사 설립ㆍ전환만 해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낮아져 지배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있다. 10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상속세도 자금 마련과 지분 매각의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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