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구미 방문한 이건희 회장. [사진제공 =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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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1급 10명을 모아도 바둑 1단 한 명을 이길 수 없다."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이 10만∼20만명을 먹여 살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유난히도 인재 양성에 집착했다. '인재 제일'을 사훈으로 삼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뜻을 따른 것이기도 하다.
다만, 두 사람의 인재 양성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선대 회장은 좋은 사람을 뽑아 재교육하는 데 집중했고, 이 회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선대 회장은 숫자에 밝은 재무 전문가를 선호한 반면, 이 회장은 기술에 통달한 엔지니어를 높이 평가했다는 점 또한 달랐다.
이 회장이 추구한 인재상은 '천재'에 가깝다.
그는 자서전 '생각 좀 하면서 세상을 보자'에서 "미국이 소프트, 하드웨어를 다 점령하고 엄청난 돈을 버는 원동력도 따지고 보면 그 나라가 세계 각국의 두뇌들이 모인 용광로이기 때문"이라며 "전 세계의 천재가 한곳에 모여서 서로 협력하고 경쟁할 수 있는 두뇌 천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바라는 '천재'는 한 가지 전문 분야에만 정통한 'I자형 인재'가 아니라 자기 전문 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까지 폭넓게 아는 'T자형 인재'였다.
T자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이 회장은 7시에 출근하고 4시에 퇴근하는 '7·4제'를 도입했다. 업무를 일찍 마치고 자기계발을 할 시간을 준다면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이해하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 회장은 "18만명이 하루 1시간씩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어느 분야든지 10년만 계속하면 그 방면에 도사가 된다"며 7·4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임직원의 반발로 10년 만에 폐지됐다.
인재를 선발할 때 성별, 학벌, 학력을 따지지 않는다는 게 이 회장의 철학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성(性)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학력, 학벌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런 연후에 경쟁에서 뒤떨어진다면 그것은 본인이 책임질 문제이지만, 성별·학력·학벌에 따라 미리 차별을 둔다면 그 사람의 숨은 능력을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묻어버리는 꼴이다."
그렇게 삼성그룹은 1995년 7월 국내 기업 최초로 '열린 채용'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새로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했다.
1991년 지역전문가제도, 1993년 21세기 CEO과정과 21세기 리더양성과정, 1994년 테크노-MBA, 1995년 소시오-MBA, 1996년 삼성경영기술대학 등이 대표적이다.
2002년 6월. 이 회장은 긴급 소집한 'S급 핵심인력 확보·양성 사장단 회의'에서 S급 인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S급 인재 10명을 확보하면 회사 1개보다 낫다. 그런 S급 인재는 사장이 직접 발로 뛰어다녀도 찾을까 말까다. S급은 찾는 데만 2∼3년이 걸리고 데려오려면 1∼2년이 더 걸린다. 업무 절반 이상을 S급, A급 인재를 뽑는 데 할애하라. 이게 안 되면 일류 기업은 불가능하다."
이 회장은 이날 사장단 인사평가 점수가 100점 만점이라면 그 가운데 30점을 핵심 인력을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두겠다고 선포했다.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그룹은 핵심 인재를 S급(Super), A급(Ace), H급(High Potential)으로 구별, 같은 직급일지라도 연봉이 4배까지 차이가 나도록 하고 있다.
S급은 계열사 사장 연봉과 맞먹는 인재로 최소 상무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A급은 외국 박사 출신이나 수재급 인재로 특정 분야에 뛰어난 경우에 해당한다. H급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실무급 인재를 지칭한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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