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정의` 지적에 `선택적 의심` 반박
"과거엔 안 그러셨지 않았냐" "허 참"
정의당 "거대 양당 태도 변화에 연기자 위협" 촌평
"과거엔 안 그러셨지 않았냐" "허 참"
정의당 "거대 양당 태도 변화에 연기자 위협" 촌평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셨지 않습니까.”
22일 오전 시작돼 15시간 만인 23일 새벽 1시를 넘겨서야 끝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 오간 여러 공방(攻防) 중 180도 뒤바뀐 윤 총장의 처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압권이었다.
한때 `석열이 형`이라 했던 박범계 의원과 윤 총장 사이에 오간 대화를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다. 윤 총장이 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중앙일보 사주를 만난 적이 있는지를 묻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22일 오전 시작돼 15시간 만인 23일 새벽 1시를 넘겨서야 끝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 오간 여러 공방(攻防) 중 180도 뒤바뀐 윤 총장의 처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압권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때 `석열이 형`이라 했던 박범계 의원과 윤 총장 사이에 오간 대화를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다. 윤 총장이 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중앙일보 사주를 만난 적이 있는지를 묻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박)서울중앙지검장이 언론사주들 만나는 것이 관행입니까?
(윤)과거에는 많이 만난 걸로 알고 있고요. 저는 오히려 높은 사람들 잘 안 만났고 부적절하게 처신한 적 없습니다.
(박)만났습니까 안 만났습니까?
(윤)누구 만났는지 상대방에 대해선 그거에 대해선 어떻게 얘기하겠습니까.
(박)로버트 잭슨은 검사가 악의를 가지고 행동할 때는 최악의 검사가 된다고. 공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어떤 집단과 사람에 대해서도.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윤)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삼성 수사 철저히 했습니다.
(박)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갖고 있는 정의감, 공정심 이 부분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윤)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십니까?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그러셨지 않습니까.
윤 총장이 언급한 `과거`는 국정원 댓 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다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때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7년 전 당시 윤 총장을 `형`이라 부르며 적극 옹호했다. 박 의원과 윤 총장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1963년생인 박 의원이 윤 총장보다 3살 어리다.
2013년 11월 10일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편지를 띄었다. 박 의원은 글에서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 사법연수원 동기이면서도 긴 대화 한 번 나누질 못한 형에게 검찰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불의에 굴하지 말라는 호소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밉다”고 썼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운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
`과거에는 안 그랬던` 박 의원의 호통과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윤 총장은 “허 참”이라며 탄식하기도 했다.
박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들이 잇달아 가족 비리 의혹 등으로 윤 총장을 몰아세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김종민·송기헌 의원 등이 윤 총장을 비호했던 발언을 공개하며 “민주당 의원들께서 충실하게 공부하고 의혹을 완전히 해결해 준 사건”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좌천당하는 거 아니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정치와 사법이라고 하는 것은 크게 바뀌는 게 없구나. 내가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그냥 편하게 살지….”
윤 총장을 싸잡아 비판했던 야당의 태도 돌변도 `오십 보 백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정의당은 “거대 양당 의원들의 놀라운 변신술을 목도했다”고 촌평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수 조원의 피해, 특히 현직 검사가 연루된 금융 사기 사건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국정감사였지만 결국 공방만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면서 “한마디로 `정쟁에, 정쟁에 의한, 정쟁을 위한 국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총장에 대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태도 변화는 극적이기까지 하다”면서 “국정에 대한 감사 능력보다 변신 능력이 더 탁월한 거대 양당 국회의원들의 능력을 보고 있자니 연기자 분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