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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미세먼지 잡는 육상전원공급설비 ‘무용지물’ [국감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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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미세먼지 잡는 육상전원공급설비 ‘무용지물’ [국감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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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주요항만에 설치된 육상전원공급설비(육전설비)가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원택의원(김제 부안)이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의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한 육상전원공급설비를 240억원을 들여 8대를 설치했으나 제 기능을 봇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선박에서 육상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수전설비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우리나라 전체배출량(약 31만9725t) 중 10.5%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컨테이너선 1척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트럭 50만대와 비슷하다.

대기 미세먼지의 주범인 선박의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함유량 배출기준을 3.5%에서 0.5%로 낮췄고, 배출규제해역인 부산항 등 국내 5대항만에는 올해 9월부터 정박 중인 선박에 황함유량 배출기준을 0.1%로 대폭 강화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국내 주요 해운선사, 항만운영사는‘항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육상전원설비 시범사업’ 협약을 맺었다. 해양수산부는 육전설비 예산지원, 항만공사는 육전설비 설치, 해운선사는 선박에 수전설비 설치, 운영사는 부지 및 시설물 제공에 합의한 것이다.

지금까지 항만공사에 설치된 육전설비는 총 8대이고 육전을 선박에 공급한 횟수는, 현재까지 부산 11회, 인천 0회, 광양 3회로 총 14회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육전설비가 설치되었으나 공급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선박에 수전설비가 없기 때문이며, 240억원 들여 설치한 육전설비가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협약을 체결한 해운선사의 수전설비 현황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전설비가 국적외항선박 20척에만 설치되어 있고, 국적내항선박의 설치현황은 아직 모른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현재 육전공급 시범사업이 당초목표의 4.6% 진행률인데도, 해수부는 협약 당사자들과 대책회의 한번 없었다”면서 “해수부가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업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수요예측도 못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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