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소득 없이 버텨…지난해 살처분 이어 피해 누적 우려
지난해 강화지역서 진행된 돼지 살처분 |
(인천·김포=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1년 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해 기르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한 인천 강화·경기 김포지역 양돈농장들이 최근 ASF 확산 우려로 돼지 재사육에 제동이 걸리자 울상을 짓고 있다.
20일 강화군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ASF 확산으로 돼지 4만3천여마리를 모두 살처분한 관내 양돈농장 33곳 중 올해 재입식(돼지를 다시 들임)을 준비하는 농장은 15곳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 농장은 재입식 허가가 나오지 않아 돼지사육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순께 강원 화천에서 ASF가 재발생하고 감염 확산 우려가 일자 방역당국이 이에 대응하느라 재입식을 앞둔 접경지역 농장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재입식 허가권자인 강화군은 방역당국의 검사 결과 없이 허가를 내줄 수 없어 농장주들을 달래고 있다.
1년간 소득 없이 재입식만을 기다려온 농장주들은 예상치 못한 악재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지난해 ASF로 피해를 봤는데 올해 또 피해를 볼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일부 농장주는 수천만∼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농장 울타리와 방역 시설 등 재입식 준비를 이미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호 대한한돈협회 강화군지부장은 "이미 시설 투자까지 마친 농장주들은 행여 재입식이 무기한 늦어져 손해가 날까 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지난해 ASF로 피해가 누적된 만큼 방역당국이 각 농장에 대해 개별적으로 ASF 안전성을 검사해 재입식을 허락해주는 등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출입 통제된 강원 화천군 한 양돈농장 |
그동안 양돈농장을 지원해오던 강화군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강화군은 관내 양돈농장의 재입식을 지원하기로 하고 인천시와 협의해 예산 12억6천500만원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달부터 농장 시설 개선 비용과 모돈(어미 돼지) 구매비를 집행해왔다.
하지만 재입식에 제동이 걸리고 양돈농장들이 어렵게 되자 생계안정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며 ASF 확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강화군 관계자는 "지난해 ASF 여파로 관내 양돈농장 중 13곳이 폐업하고 5곳은 농장을 계속 운영할지를 결정하지 못했으며 15곳만이 재입식을 준비하는 실정"이라며 "대출 이자를 감면해주는 등 농장주들을 돕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지역 양돈농장들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돼지 4만5천여마리를 살처분한 관내 농장 23곳 중 10곳이 재입식을 준비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데 역시 ASF 확산 우려로 돼지 재사육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13곳은 폐업했거나 아직 농장 운영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춘 대한한돈협회 김포시지부장은 "ASF에 대한 뚜렷한 (방역당국의) 대책은 없고 재입식은 연기만 되고 (농장 시설을 위한 대출) 이자는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속히 ASF가 진정돼 생업인 농장 운영을 다시 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김포시 관계자는 "대한한돈협회 내 ASF 피해 농장주들이 모여 농림축산식품부와 재입식 여부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행히 현재 접경지역 내 ASF 추가 확산이 발생하지 않고 있어 조만간 농식품부의 재입식 허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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