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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라임·옵티머스 사태

금융시스템 ‘곪은 자리’에 라임·옵티머스 ‘독버섯’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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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감독실패가 사고 본질
판매·수탁사 관리 소홀도 도마위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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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금융으로 칭송받던 사모펀드 시장이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로 말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돌연 ‘환매중단’이라는 비슷한 얼개의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개인과 회사의 일탈을 넘어 ‘시스템 붕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는 은행의 불완전판매, 라임 사태는 운용ㆍ판매사 사기에 가까운 행태가 문제였다. 옵티머스 사태에선 운용사가 아예 사기를 쳤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스템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판매사는 물론 수탁사와 예탁결제원, 금융당국까지 저마다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완벽한 사기 옵티머스 펀드


옵티머스펀드는 피해액이 1조 원에 달한다. 개인은 물론 기업, 정부기관 등 피해자가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 매출 채권 발행사가 ‘공공기관’이란 한마디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인 만큼 원칙적으로 부도 위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옵티머스는 부도 위험이 낮은 공공기관 매출채권 대신 대부업체에 투자금을 전용한다. 환매 중단이라는 점에서 라임펀드와 비슷하지만 실상은 더 심각하다. 라임펀드는 투자자에게 안내한 대로 투자를 하다 부실을 숨기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 옵티머스는 애초에 투자자들에겐 공공기관 우량채권에 투자한다고 하고선 아예 사기를 쳤다. 우량채권에 투자한다고 모은 자금은 펀드를 기획·설계·운용하는 자산운용사 임원들이 차린 유령회사로 흘러 들어갔다. 과거 ‘규제 완화’ 란 시장의 요구대로 수용한 한국 사모펀드 시장의 제도적 결함을 악용한 것이다.

완벽한 사기 옵티머스 펀드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사모펀드 사태의 본질은 감독 실패에 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감독 권한을 나누어 갖다 보니 서로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2015년 10월 사모펀드 투자 한도를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다.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더 촘촘한 안전 장치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각종 의무를 줄였다.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고, 펀드 설립을 사전 등록에서 사후 보고로 간소화했다.

금감원 보고 내용도 대폭 축소했다. 운용 전략과 투자 대상 자산의 종류, 투자 위험 관련 사항 등을 모두 면제했다. 사전에 시장의 문제를 파악하기 불가능한 구조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국 수익성은 높지만 투자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사모펀드가 시장에 우후죽순 늘어났다. 2015년 615개였던 사모펀드는 2019년엔 3324까지 늘어났다.

금감원은 라임사태 직후부터 올해 1월까지 총 52개 사모펀드에 대한 실태점검을 실시했다. 실태조사부터 취약 운용사, 집중 모니터링, 서면검사까지 4단계에 걸쳐 들여다봤지만, 완화된 규제 탓에 시장에 대한 조기경보 기능은 불가능했다. 고 교수는 “규제 완화에 따른 감독 문제의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금융위의 금융정책 권한을 기재부로 넘기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의 감독 기능과 통합해 독립성을 갖춘 민간 금융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뜬 장님’ 판매사·수탁사·예탁원


NH투자증권, 한투증권 등 판매사와 수탁사의 관리 부실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하나은행은 운용사의 지시를 받아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사였고, 예탁원은 사무관리사로서 펀드 회계처리를 맡았다. 현재 판매사와 수탁회사, 사무관리사 간 책임 돌려막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해당 펀드 판매사들은 예탁원이 비상장사의 사모사채를 인수하기로 한 첨부파일이 있음에도 옵티머스의 요구대로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매입한 것처럼 변경해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당국은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며 수탁사 의무를 특례 조항으로 면제했다. 수탁은행이 감시 기능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투데이/김범근 기자(nov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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