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경기도처럼 비협조적인 기관 없어…자료 제출 막은 정황도"
이 지사 "자료 요구 너무 많아 면피용으로…과했다면 용서해달라"
선서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 당일인 19일 "국감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는 국정 감사 권한이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 권한이 없다"며 "법에도 감사 범위를 국가위임사무와 국가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 한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니 법을 지키는 것도 솔선수범해야 하고 스스로 만든 법이니 더 잘 지켜야 한다"면서" 내년부터는 너무너무 힘들어하는 우리 공무원들 보호도 할 겸, 법과 원칙이 준수되는 원칙적이고 공정한 세상을 위해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자료요구와 질의응답)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자치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한 법적 근거 없는 '국정감사'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며 헌재 제소 의향도 내비쳤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에는 국정감사 대상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광역시도로 하되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두고 이 지사는 "관련 공무원이 순직할 만큼 돼지열병으로 지금도 고생하고, 코로나 19 대응으로 파김치가 되어버린 우리 공무원들이 오늘내일 밤 무슨 일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유력한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면서 '정책국감'보다는 '정치국감'으로 변질돼 이 지사를 향한 정쟁의 장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도 이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은 "경기도처럼 (자료 제출에) 협조가 안 되는 자치단체나 국가기관은 없었다"며 "심지어 행정 책임자가 자료 제출을 막은 정황도 있다"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행안위에서 국정감사관계법에 의해 고발하고 관련 공직자가 있다면 징계 조치를 해야 한다"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도 "아침에 국감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데…"라며 글을 올린 취지를 묻기도 했다.
이에 이 지사는 "약 2천건의 자료를 요구했는데, 어제 새벽에 요구한 분도 있다"며 "그럼 공무원들은 밤새워 대기하고 깨워서 대응해야 하는 게 가슴 아파서 오늘 아침에 그런 (페북) 글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조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자료 제출 요구가) 너무 많아서 (공무원들에게 미안해) 면피용으로 올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국회의원이 갑질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같다"며 "국감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거듭 추궁했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은 이 지사의 페북 글을 지목하며 "(국회의원들을) 졸지에 청계천에서 불법 장사하는 상인들과 등치화했다"며 "헌법과 법률을 부정하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을 명확히 해달라. 도지사로서 국감을 안 받겠다는 것은 헌법 개정 문제"라고 따지고 들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위원장까지 "경기도는 감사받아야 할 의무 있다"고 거들고 나서자 이 지사는 "국감을 안 받겠다거나 불법이라고 단정한 것이 아니다. 다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면서 "과했다면 용서해달라"고 한발 물러났다.
업무보고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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