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대검찰청이 '라임의 돈줄'로 불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로비 의혹 수사를 두고 정면충돌한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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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19일 김봉현(46·구속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비위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대상자들을 특정해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를 미진하게 지휘한 의혹이 있다며 "감찰과 별도로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후속 조치 성격이다. 법조계에서는 "여야 인사 모두 연루된 의혹을 받는 라임 수사에서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려는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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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김봉현 제기 의혹 대상자 특정…남부지검에 수사 의뢰"
법무부는 이날 "김 전 회장을 직접 조사하는 등 감찰 결과 금품 및 향응을 접대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일부 대상자들을 특정했다"며 "향후 신속한 수사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안으로 판단돼 본건 수사에 착수한 남부지검에 대상자들을 뇌물수수 및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제기된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 수사 진행 경과를 참고해 그 진상 규명을 위해 계속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전날 법무부 입장문에서 윤 총장에 대해 "야권 정치인 및 검사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 달리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불신임 의중을 드러냈다.
대검찰청은 이에 대해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다"며 ▶야권 관련 정치인 의혹은 내용을 보고받은 뒤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현재도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며 ▶ 검사 비위 의혹은 지난 16일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고, 그 즉시 서울남부지검에 김 전 회장 조사 등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반박을 내놓았다. 전직 남부지검 수사팀 관계자들 역시 대검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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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추미애 사람 앉힌 남부지검이 제일 낫다고 판단한 듯"
박순철 남부지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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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관계자는 전날 별도 수사팀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남부지검을 배제한 다른 방안을 모색한다고 단정해서 해석할 수는 없다"며 "일반론적으로 수사 주체가 남부지검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지검이나 특별수사팀 구성 등 여러 선택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 사람을 앉힌 남부지검을 통해 수사하되, 윤 총장을 라임 수사지휘에서 배제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 남부지검장은 윤 총장 장모를 기소해 '추미애 사단'으로 평가받는 인물이고, 남부지검 차장도 이성윤 중앙지검장 밑에서 옵티머스 수사를 진행한 인물"이라며 "추 장관 입장에서는 남부지검에 수사를 그대로 맡기면서 채널A 사건 때처럼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만 뺏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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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가장 객관적인데…여당은 공수처 강조
현재 라임 수사와 관련해서는 남부지검 수사팀을 보강하는 방안과 더불어 특별검사(특검) 임명이나 특별수사단 구성 등 다른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여야 인사가 모두 연루된 사안인 데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부실 수사 지휘 의혹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라 특검이 가장 객관적인 수사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국민의힘도 이날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가장 객관적이고 말끔하게 처리하기 위해 특검을 실시하자고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연루 의혹도 제기된 만큼 추 장관과 여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검찰의 보다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강조했다.
특별수사단 구성이나 특임검사 지명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법무부 조치에 반발하고 있는 윤 총장과의 협의가 필요한 데다 누구를 기용할지를 놓고 양측의 힘겨루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추 장관이 또다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야 하므로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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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초강수 둘까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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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부실 수사 의혹에 "중상모략"이라며 강한 반감을 드러낸 만큼 편향된 수사팀에 사건을 맡길 경우 사표 제출이나 추 장관을 고소하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윤 총장이 평소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검찰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강광우·정유진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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